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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억제 vs 수요 억제…마약 퇴치, 뭐가 더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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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한때 ‘마약 청정국’이었다. 지금은 옛날얘기다. 유명 연예인부터 10대 청소년, 명문대 재학생까지 마약을 투약하고 유통했다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비록 불법이지만, 마약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한 종류다. 마약도 수요와 공급이 상호작용하는 시장 원리를 따른다. 마약 퇴치 정책 역시 수요와 공급 양쪽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마약 공급을 잡는 것과 수요를 억제하는 것 중 더 효과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마약 단속의 역설

공급 억제 정책부터 살펴보자. 마약 단속 인원을 늘리고, 마약 사범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약 판매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 부담이 커져 마약 공급이 감소한다. 마약 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다만 마약 수요곡선에는 변화가 없다. 이에 따라 마약의 균형 가격은 상승하고, 균형 거래량은 감소한다. 즉, 마약 소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마약 공급 억제 정책이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마약 수요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다. 마약이 비싸졌다고 해서 중독자가 마약을 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마약 공급이 줄어들면 마약 가격은 크게 오르지만, 거래량은 소폭 감소한다. 그 결과 마약 공급업자의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다.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 구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를 위험도 커진다.

과거 미국의 금주법이 실패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술 제조를 금지하자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밀주 시장이 커지고 술 수요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비싼 돈을 주고 밀주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공업용 알코올 등으로 술을 만들어 마시다가 목숨을 잃었다.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
다음으로 마약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하고 마약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것이다. 강력한 처벌도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정책이 성공한다면 마약의 수요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 마약의 균형 가격은 하락하고, 균형 거래량은 감소한다.

가격이 내리고, 소비도 줄었으니 마약 공급업자의 수입은 감소한다. 수요자는 마약 구입 비용이 줄어든 만큼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유인이 작아진다. 마약 소비와 마약 관련 범죄가 모두 줄어든다.

마약 공급 억제 정책과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는 그 기간이 단기냐 장기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공급 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마약 관련 범죄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공급 억제 정책의 결과 마약 가격이 비싸지면 호기심에 마약을 구입하는 신규 수요가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마약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수요 억제 정책으로 마약 가격이 낮아지면 마약 시장의 신규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실패한 마약 합법화
일부 경제학자는 마약 합법화를 주장한다. 마약 거래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담배와 술처럼 합법화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이라는 논리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대표적이다. 그는 1991년 TV 인터뷰에서 “마약 금지 정책이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마약 단속을 강화해 마약 가격이 비싸지자 수요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새로운 마약을 찾아 나섰고, 또 다른 종류의 마약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미국 20여 개 주가 기호식품으로 대마 사용을 허가한 것도 이런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프리드먼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마를 합법화한 여러 주에서 마약 중독자와 관련 범죄가 증가했다. 공급 억제 정책도, 수요 억제 정책도, 합법화도 마약을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약의 중독성과 폐해는 경제 원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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