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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업계 시름…"원가 급등에 손해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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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포장 업계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원재료값과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제조경비가 치솟았는데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불경기 장기화로 수요까지 둔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30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등 주요 골판지 원지 업체들은 지난 7월 원지 가격을 기존 대비 약 20%(t당 7만~8만원) 올리겠다고 골판지 제조사에 통보했다.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폐지 가격은 ㎏당 111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52% 올랐다. 골판지 주원료인 폐지 가격이 껑충 뛰면서 제지업체들이 3년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골판지 공급망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지업체는 펄프나 폐지를 활용해 골판지 원지를 만든다. 원지를 조립하면 두꺼운 골판지가 된다. 이를 받아서 상자 형태로 접거나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포장업계가 전담한다. 대형 골판지 업체들은 골판지 제조와 상자 포장을 직접 해 수요처에 보낸다.

골판지 시장은 펄프와 폐지 가격이 크게 뛰거나 에너지 비용·인건비에 변화가 생기면 최종 생산품인 상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신문지 등 재활용 체계가 자리잡힌 국내에선 그동안 폐지 가격에 변화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재생 펄프 공급 감소로 국내산 폐지가 다량 수출돼 내수 시장 공급이 불안정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골판지·포장 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 부담이 커졌지만 골판지 상자 수요처인 쿠팡, CJ 등 주요 대기업에 선뜻 납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골판지 제품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지 가격이 20% 상승하면 골판지·상자 가격은 12% 이상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지 가격이 오른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골판지·포장 업계는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태림포장, 대영포장, 삼보판지 등 대형 3사 외에 2700여 개에 달하는 영세 포장 가공 업체가 난립해 있어 골판지 상자 가격 주도권은 수요처인 대기업들이 갖고 있다. 대형 3사와 달리 영세 업체들은 납품대금연동제를 근거로 단가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막상 수요 기업과 마주하면 말을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포장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면 수요 기업에서 다른 업체로 물량을 돌리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단가 인상을 말할 수 없는 처지”라며 “납품대금연동제도 기업 간 합의하면 예외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는 결국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골판지 포장 업체들의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태림포장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160억원에 달한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18억원으로 9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영포장과 삼보판지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와 24%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골판지 상자 수요 감소로 경영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골판지 상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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