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주가 반등이 이어지면서 매수 관점의 증권가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추세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반면 주가 반등은 2차전지주로부터 '도망칠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까지는 이 같은 차익 실현 기회란 의견에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실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7일 41만4500원에 거래를 마쳐 7월 말(종가 32만4000원) 대비 27.93% 상승했다. 8월8일 장중 한때 31만1000원까지 밀리면서 2022년 초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30만원) 밑으로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 반등한 상태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7월 말부터 각각 20.19%, 13.92% 상승했다. 소재를 만드는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퓨처엠(18.67%)과 LG화학(17.02%)의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엔에프의 경우 7월 말 대비 수익률은 다른 종목에 비해 부진하지만, 이달 들어 바닥을 치고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지난주(23~27일) 한 주 동안에만 18.41% 상승하며 알테오젠에 내줬던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탈환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들 반등의 물꼬를 튼 건 반도체 대형주의 조정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도한 투자금이 그동안 낙폭이 컸던 2차전지 섹터로 유입됐다는 추정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회복을 기대하게 할 만한 소식이 국내 2차전지주 주가 상승 동력이 됐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부활 가능성, 하반기 GM의 저가형 전기차 출시 계획 등 2차전지 섹터의 대외환경에 다소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는 중”이라며 “이런 모멘텀으로 주가가 상승 중”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 등 전기차 업계 상위 기업들의 판매 상황도 2차전지 섹터 주가 추세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실적과 이에 따른 주가 등락은 국내 2차전지 섹터의 주가를 움직이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BYD는 캐즘(신문물의 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긍정적인 판매 추이를 지속해 유럽 및 미국에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라며 “지금까지 문제였던 테슬라도 판매 부진의 주된 요인이었던 모델 노후화와 높은 금리가 내년에 해소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투자전략 측면에서 우선 셀(4대 핵심부품이 모두 들어간 2차전지 기초 제품) 제조업체 중심으로 주목할 것을 김철중 연구원은 조언했다. 고객사들로부터 최저 물량 보상금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분기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 2차전지 섹터의 주가의 추세 전환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에 2차전지 섹터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가 “실적과 관련된 악재가 나오지 않는 ‘실적 공백기’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적이 부진하다는 게 부각되지 않다 보니 기대감을 자극하는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의 경우는 반등이 이어질 때마다 차익 실현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서도 실적 추정치 하향 가능성을 제기하며 차익 실현을 권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