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과학의 두 분야, 즉 ‘빅 사이언스’의 하나는 원자력이고 또 하나는 우주개발이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거대과학을 연구하게 영감을 준 이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였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거대과학의 두 분야 허들을 넘어서야 한다”고 항상 말했다. 경제대국 일본의 틀을 완성한 나카소네 전 총리는 우주와 원자력 분야에서도 어려운 기술을 성취토록 해 일본이 관련 분야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원자로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창때는 원자로 55기 가동을 목표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일본 원자력계가 위축됐지만 쌓아 놓은 기술은 그대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최신형 원전을 건설하기로 정부 방침을 정했다.
우주개발도 마찬가지다. 일본 독자 로켓을 개발하려고 절치부심 노력했지만 네 차례나 발사에 실패하자 미국과 우주 외교를 펼쳐 미국 보잉사의 델타 로켓을 들여와 세계적 수준의 H-2 로켓을 완성했다. 로켓 파워를 더 높인 H-2A를 기간 로켓으로 해 최대 16t의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보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성능을 높이고 가격도 내린 H-3 로켓 발사에 성공해 명실공히 강건한 미·일 우주 동맹까지 맺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정도로 원자로 제조 기술과 운영이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랐다. 체코에도 원전을 수출하게 됐다. 체코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도 한국의 원자로를 통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조만간 수출이 또 이뤄질 것이다.
한국 원전의 강점은 원자로 제조 기술이 뛰어나고 원자로 선진국인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값이 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계획한 준공 시기에 맞춰 건설한다는 게 매력적이다. 프랑스 원전 회사인 아레바는 핀란드에 원자로를 건설하면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큰 적자를 봤다. 미국도 국내에 원자로를 지으며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다. 원전이 필요한 나라가 늘면서 한국형 원자로의 인기는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우주개발은 조금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무게 1.5t의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는 누리호가 한 번 성공했지만 늦어도 2027년까지 세 차례 더 발사해 모두 성공해야 누리호는 언제든 발사해도 성공하는 로켓으로 인정받는다. 누리호보다 로켓 파워가 강한 6t 무게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차세대 대형 로켓 개발에 착수했는데 어떻게든 하루라도 시간을 앞당겨야 다른 우주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GPS(지구적 위치측위 시스템) 인공위성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5년 실용화가 목표다. 국력을 집중해 하루빨리 완수해야 한다. 일본은 준천정위성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자체 GPS 위성을 7기 보유하며 미국과 우주 동맹을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GPS 위성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자체 개발하더라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프랑스 등과 우주 외교를 펼쳐 조속히 GPS 위성 제조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한국이 GPS 8개를 갖춰야 GPS 정보를 암호화해 미국과 우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우리가 준비돼 있어야 우주 대국 미국과의 우주 동맹도 강화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선진국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선진 시민으로 살게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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