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이우석 선수가 ‘양궁화’를 신고 대회장에 들어선 건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코오롱이 세계 최초로 양궁화를 개발해 대표팀에 건네기까지 그의 발을 감싼 건 러닝화 아니면 등산화였다. 양궁화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자세가 조금이라도 불안정하거나 미세한 진동이 발을 통해 전달되기만 해도 경기를 망칠 수 있는 게 양궁인데, 두 발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전용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줘서다.
코오롱의 ‘양궁화 개발 스토리’를 정부가 한 수 배웠다. “한국 양궁이 ‘넘사벽’이 되는 데 힘을 보탠 민간기업의 혁신사례를 국가 행정에 적용하고 싶다”는 행정안전부의 요청으로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코오롱FnC 사옥에서 행안부 과장급 공무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 것. 이 선수는 영상을 통해 “일반 신발보다 접지력, 안정성, 착화감이 좋다 보니 발에 신경 쓰지 않고 과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상에 없던 양궁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었다. 코오롱이 2015년부터 10년째 양궁 대표팀에 선수복과 용품 등을 지원했는데, 양궁 전용 신발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양궁시장이 워낙 작다 보니 누구도 양궁화를 만들 생각을 안 했는데, 이 명예회장이 ‘돈 생각하지 말고 국가대표팀을 위해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 착수 1년 만인 7월 초 대표팀에 세계 첫 양궁화를 건넸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일반 스니커즈를 개발할 때보다 2~3배 많은 5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뒤 코오롱인더스트리 소속 양궁팀 ‘코오롱 엑스텐보이즈’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아처삭스’를 내놨다. 각 선수가 선호하는 양말 두께에 맞춰 손쉽게 신발 끈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코오롱 관계자는 “‘일반인은 안 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양궁 동호회원들이 앞다퉈 구매해 주요 사이즈가 품절됐다”며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뚫은 셈”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