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SK이노베이션의 정유 공장 울산 콤플렉스(CLX)에선 녹슨 열교환기 검사가 한창이었다. 길이 10m, 직경 1㎜짜리 파이프에 물을 채워 넣고 초음파로 진단하는 방식이다. 다만 검사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했다. 측정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평가하고 30초 만에 부식된 지점을 포착하고 있었다. 해당 기술은 SK이노베이션과 울산 스타트업 ‘딥아이’가 공동 개발한 AI 비파괴검사 자동 솔루션이다.
열교환기는 정유·석유화학 공장에서 필수적인 장치다. 울산 CLX에만 7000여 개 설치됐다. 이를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원유 누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전까진 엔지니어가 직접 초음파 사진을 눈으로 보고 진단해 긴 시간이 들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0㎞ 길이 고속도로를 1㎝마다 사진을 찍고 분석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AI 기술은 SK이노베이션이 60년 넘게 축적해온 검사 데이터 4만여 건으로 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딥아이가 학습, 솔루션을 개발했다.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이전보다 비용은 50%, 시간은 70% 절감할 수 있다”며 “정확도는 98% 이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쌓아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사업화에도 나섰다. 60만여 개 설비 공정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인 ‘오션H’를 지난해 울산 지역 정유석유화학 업체 5곳에 팔아 매출 약 35억원을 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인도 타타그룹 자회사 TCS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관희 SK이노베이션 기술설비본부장은 “울산 CLX의 정유석유화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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