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은 복잡하고 방대하다. 200페이지나 되는 분량에, 4년마다 주기적으로 바뀌기까지 한다. 현행 골프규칙은 2023년 개정된 것으로 2027년 1월 1일자로 바뀔 예정이다. 여기에 분기별로 부분적으로 개정될 수도 있다. 그때는 맞았는데, 오늘은 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다.
구제를 받을 때 볼을 드롭하는 절차는 가장 많이 바뀐 규칙 중 하나다. 볼 드롭은 1754년 ‘물에 빠진 볼을 최소 6야드 뒤로 던진다’는 내용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볼을 머리 위로 던지라든가(1776년), 홀을 쳐다보면서 머리 뒤로(1812년), 어깨 너머로(1825년) 볼을 던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영국 전역에 적용되는 최초의 단일 규칙(1899년)에서 홀을 향해서 똑바로 서서 후방선 상 머리높이에서 볼을 드롭하도록 개정된 이후 어깨높이에서 팔을 쭉 뻗었다가(1984년) 2019년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도록 개정됐다.
볼 드롭의 높이를 규정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볼을 드롭하는 구역을 자의적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볼은 놓여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는 규정이 신성불가침이듯, 구제를 받을 경우에도 볼은 임의적인 장소에 자연적으로 정지하도록 드롭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에는 후방선 구제의 볼 드롭 방법이 부분적으로 바뀌었다. 후방선을 중심으로 좌우 1클럽 길이의 구제구역을 설정하고 볼을 드롭하는 방법에서 후방선 위에 볼을 드롭하도록 했다.
바뀐 규칙을 숙지하지 않으면 톱랭커들도 낭패를 보게 된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로 시작했다. 필자는 이 대회에서 매킬로이의 플레이를 대회 내내 갤러리했다.
1라운드가 열린 스파이글라스힐GC 7번홀은 왼쪽에 무성한 러프와 숲이 위협적으로 조성돼있다. 여기서 매킬로이의 티샷은 불행하게도 왼쪽 러프 속으로 날아가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는 언플레이어블 볼 구제(1벌타)를 받고 후방선 위에 서서 한 클럽 길이 이내 오른쪽에 볼을 드롭했다. 보기로 홀 아웃했지만 최종 스코어는 트리플보기로 기록됐다. 후방선 드롭 방법을 위반해 추가 2벌타를 받은 탓이다.
2022년까지는 매킬로이의 드롭 방법이 맞았다. 하지만 2023년부터 볼은 반드시 후방선 위에 드롭해야 한다. 이전 방식대로 좌우 한클럽 길이 이내에 볼을 드롭하고 치면 잘못된 장소에서의 플레이(2벌타)가 된다. 매킬로이는 이 충격의 여파로 페블비치에서 열린 2,3라운드에서 난조를 이어갔고, 80명 중 66위로 대회를 마쳤다.
골프규칙은 변덕이 심하다. 그래도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동반자이니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