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남은 아빠 생일에 1년이나 뒤늦은 환갑잔치 겸 축하 파티를 하자던 효녀였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부모 남겨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는지…”
광주 마세라티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피해자인 20대 여성의 아버지 강모 씨(62)는 이같이 말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부모한테 손 안 벌리려고 고생만 하던 딸이었다”며 먼저 간 자식을 떠올렸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토바이 뒷자리에 탑승해 퇴근하던 고인은 음주운전 마세라티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 직후 서울 등지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28일 구속됐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지역 한 물류센터에서 배송 전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2년 전부터 해왔다. 가정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으나 스무살을 갓 넘긴 수년 전부터 계획한 홀로서기를 위해 일터로 향한 생활력 강한 딸이었다.
자기 벌이가 넉넉하지 않으면서도 매달 부모에게 30만원씩 용돈을 지급했다. 이런 고인의 결혼 자금을 위해 강씨는 딸이 보내 준 돈을 모아둔 아버지였다.
강씨는 “꼬깃꼬깃한 현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만 보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딸 생각이 밀려온다”면서도 “핏덩이 같은 딸의 돈을 어찌 부모가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눈물을 쏟았다.
사고가 난 지난 24일 새벽에도 고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포장 업무를 충실하게 마쳤다고 한다. 업무시간이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인 탓에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했지만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평소 꿈꿨던 네일아트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다. 최근 허리 통증이 심해져 연차를 사용해 사고 당일 오후 병원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런 변을 당했다.
강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도 모자라 도주까지 한 운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는 우리 딸이 마지막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