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대표이사직 해임 심경을 밝히며 하이브를 공개 저격했다.
민 전 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회사 사장이 모 회사의 심기를 대놓고 거스른 데 대한 공개 처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블랙 코미디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4월 22일 하이브가 내부감사 결과 민 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에서 독립해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를 논의했다고 발표하며 시작됐다.
이후 어도어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해임했고, 지난 11일 뉴진스 멤버들은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켜고 민 전 대표 체제의 어도어로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먼저 민 전 대표는 해임과 관련해 "이사회 불과 3일 전에 통보받았다. 출장이 있어 이사회 일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화상으로 참석해 해임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프로듀싱 업무를 맡기겠다고 일방 통보하고 의결이 강행됐다. 이사회는 나를 포함해 5명으로, 하이브 측이 4인이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해임 사유와 관련해서는 "납득할 뚜렷한 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최초 투자비가 160억원인데 어도어는 2023년 말 당기순익이 265억원으로 투자금을 넘어섰으며,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성장세도 가장 컸다고 짚었다. 현재 업계 경험이 없는 이를 새 대표로 세우고 이사진을 구성한 것은 당초 빅히트(하이브 전신)에 합류할 당시 약속했던 '민희진 레이블' 독립성 보장과도 다른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찬탈'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하이브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엔 '찬탈'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법원에는 차마 제출할 수 없는 여론 호도용 감정적 용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민 전 대표가 수백 억원대에 달하는 풋옵션 때문에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추측한다. 이와 관련해 민 전 대표는 "5월 나를 해임하려 했던 임시주총에 대한 가처분 승소 이후 하이브로부터 돈을 줄 테니 받고 나가라는 협상안이 변호사를 통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거절했다"고 전했다.
어도어의 지분이 하이브 80%, 본인 17.8%인 점을 거듭 짚으며 "어떻게 독립을 시도하나"라고 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획했던 깜짝 팬미팅, 다음 음반 작업도 모두 중단됐다며 "이것 또한 하이브가 뉴진스에 대해 벌인 업무방해"라고 비판했다.
하이브의 '뉴진스 폄하' 논란이 일었던 일본 내 음반 판매량과 관련해서는 "7월 18일 일본에서 1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아티스트에게 수여되는 골드 레코드 인증도 받았는데, 어떻게 그 전날 5만장뿐이었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으로부터 연락받았다. 하이브의 PR 대행인 TAG라는 회사에서 나에 대한 비방이 가득한 자료를 보내줬는데, 내용이 너무 편향적이고 뭔가 이상하여 나에게 사실 확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겉으로는 프로듀서를 5년으로 제안했다며 홍보하면서 뒤로는 해외 매체에까지 비방 자료를 뿌리는 회사를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