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운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웹툰 ‘비질란테’의 유명한 대사다.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밤이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질란테, 자경단 이야기다. 법의 구멍을 메우는 일이 바로 사적 제재다.
사적 제재는 영상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현재 세계 영화계의 최고 거장 중 한 사람인 드니 빌뇌브는 유괴범을 향한 피해 아버지의 사적 복수를 다룬 <프리즈너스>, 사법 정의의 한계를 절감한 전직 검사의 가족 살해범 사적 보복을 그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 명작들을 찍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OTT 인기작들도 사적 제재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복수 대행을 하는 택시 운전사를 내세운 <모범택시>, 학교폭력의 사적 보복 이야기로 지난해 가장 흥행한 드라마 <더 글로리>, 올초 <살인자ㅇ난감>까지. 구멍 난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 풍조에서 즉각적이며 명쾌한 응징이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
사적 제재 신드롬은 유튜브로도 옮겨 갔다. 지난 6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 폭로건이 대표적이다. 집단 성폭행이라는 천인공노할 사건을 재조명해 대중의 환호를 끌어냈지만, 여러 유튜버가 경쟁적으로 달려들면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와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등 큰 부작용을 낳았다.
이번에는 유튜버의 사적 제재로 인한 사망 유발 논란까지 일고 있다. 밤거리에 잠복해 있다가 음주운전 추정 운전자를 추적·응징하는 영상을 올리는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생중계 추적 과정에서 운전자가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 이 운전자는 유튜버 A씨가 탄 차량 등 3대와 1.9㎞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이런 유튜버의 심리에는 도덕적 우월감과 함께 ‘좋아요’ ‘조회수’ ‘댓글’에 더해 유튜브와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금전적 보상 심리까지 있다. 분노의 상업화인 셈이다. 명분이 어쨌든 사적 제재를 방치하면 무법천지 세상이 될 것이다. 유튜버는 물론 뒷짐 진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도 크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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