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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노개런티로 3시간동안 29곡 열창…PD도 놀랐다 [김수영의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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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마치 한국의 데이비드 보위 같아요."

지난 추석 연휴 '딴따라 JYP'라는 타이틀 아래 박진영의 데뷔 30주년 특집 대기획을 연출했던 고국진 KBS PD는 이렇게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1994년 '날 떠나지 마'로 데뷔한 박진영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댄스 가수이자, 여러 후배 가수들을 배출해낸 대표적인 K팝 제작자다. 많은 제작자가 무대에서 내려와 프로듀싱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박진영은 여전히 관객들과 소통하며 '현역 가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시간 30분간 방송된 이번 공연에서도 솔로 무대를 비롯해 god, 비, 원더걸스, 2PM, 트와이스 등 후배들과 함께 무려 29곡의 무대를 꾸몄다.

관객 1500명의 함성 속에서 진행됐던 녹화 때를 회상하며 고 PD는 "자신이 사랑하는 노래와 춤을 30년간 꾸준히 해나가면서 보수적이고 틀에 박힌 창작의 틀을 깨려고 수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그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파격을 선택해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노래와 퍼포먼스만은 늘 최고 수준을 보여내면서 실력으로 자신의 음악과 사상을 증명해낸 것들은 보위 그 이상의 것이라 생각한다"고 감상을 밝혔다.

당초 박진영은 대기획 공연 제안에 "내가 자랑하려고 30년을 해온 게 아니라서…"라며 머뭇거렸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고 PD는 "한 직업을 30년간 한다는 건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일이다. 후배 가수들이 보기에 30년은 정말 위대한 일일 것"이라며 "누군가는 한 번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 게다가 댄스 가수다. 댄스 가수도 30년을 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건의했고, 마침내 3개월여간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됐다.


박진영 이름 앞에 붙는 '영원한 딴따라'라는 수식어가 증명하듯 박진영이라는 가수는 독보적인 개성, 시대를 초월한 음악적 소통으로 큰 영감을 주고 있다. 50대의 딴따라는 여전히 손에 마이크를 쥐고 관객들의 환호에 펄쩍펄쩍 무대를 뛰어다닌다. 이번에도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고 PD는 "의외로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영상 티저, 포스터 촬영에 합주, 안무 연습까지 요구한 게 많았다. 당일에 리허설도 했고, 녹화 끝나자마자 에필로그 인터뷰까지 있었다. 무리한 요구일까 싶은 정도로 많은 부분을 제안했는데, 어느 하나 고민하지 않고 시간을 다 내줬다"며 박진영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날 떠나지 마'를 시작으로 '그녀는 예뻤다', '난 여자가 있는데', '너의 뒤에서', '허니', '피버', '스윙 베이비' 등 박진영의 히트곡은 물론 그가 제작한 후배들의 곡까지 공개됐다. 선곡은 박진영이 직접 했다. 고 PD는 "선곡에는 제작진이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방송 종사자들의 생각으로 담아내는 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주년을 축하하는 이 대기획에 제작진의 요구가 많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곡은 오롯이 본인이 다 했다. 다만 '너의 뒤에서'를 너무 좋아해서 그것만 꼭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박진영이 키운 후배들이 함께 완성한 무대들이었다. 1997년 태영기획을 설립해 제작한 god부터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성공시킨 비, 원더걸스, 2PM, 트와이스와 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 레전드이자 현역 가수인 그의 저력을 재차 실감할 수 있었다.

고 PD는 "박진영 공연에 박진영 없이 게스트가 자기 노래만 하고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거기 나온 출연자들의 안무 대부분도 박진영 씨 본인이 짠 거다. 그래서 같이 안무에 참여하고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이어 "놀랐던 건 원곡 가수보다 안무를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가수들이 오랜만에 하는 안무라서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박진영 씨가 그걸 다 짚어서 알려주더라. 그런 부분을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 단순히 퍼포먼스로 여기는 게 아니라 자기 노래의 일부분으로 생각해서 항상 기억을 가지고 가는 거지 않냐. 그냥 가수라기보다는 댄스 가수라는 말이 그에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2시간 30분 분량의 방송과 비슷하게 실제 공연의 러닝타임 역시 2시간 50분이었다고 한다. 고 PD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예전에는 방송 녹화라고 박수를 유도한다던가 굉장히 많이 끊어가는 등 방송에 동원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60분짜리 방송에 녹화 시간이 3, 4시간 이상 걸리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면 녹화장에 온 관객분들은 실제 방송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고, 감흥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나 자신도 그렇게는 절대 안 된다. 방송의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현장 관객은 녹화가 되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고 가야 한다. 실제 공연처럼 느끼고 가야 한다. 한 편의 방송 콘텐츠가 아니라 좋은 공연을 기획해서 그걸 그대로 화면에 옮겨다 놓는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방송은 거들뿐. 이게 제일 중요한 원칙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공연 퀄리티를 위해 무대 곳곳에 세심하게 공을 들이기도 했다. 고 PD는 "노래가 대부분 디스코, 뉴잭스윙 등 댄스곡이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로 되돌려놓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깔끔하게 마감하는 요즘 스타일을 파괴하려 했다. 철골 구조물도 고스란히 다 드러나게 했고, 조명 박스도 자연스럽게 세트로 넣었다. 또 요즘엔 잘 안 쓰는 유리 바닥을 써서 그 밑에 조명을 달고 전식을 붙여서 그대로 다 드러나게 했다. 리프트 용수철도 다 노출시켰다"고 설명했다.

공연 말미 시선을 확 끌었던 올드카와 관련해서도 "박진영 씨의 데뷔 연수와 비슷한 올드 클래식카가 필요했다. 굴러다니는 게 많이 없어서 정말 어렵게 섭외했다"고 부연했다. 또 "기존 KBS홀에서 구현할 수 있는 앵글과는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서 레이싱 드론을 공연 내내 돌렸다. 한 커트를 쓰는 게 아니라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롱테이크로 많이 썼다. 그런 부분들이 기존 방송 공연과 다른 부분으로 작용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박진영은 이번 공연에 노개런티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덕분에 더 높은 퀄리티의 공연이 가능했다고 강조한 고 PD였다. 그는 "출연료가 없어지면서 예산에 조금 여유가 생겨서 관객분들에게 응원봉 형식의 팬 너클과 슬로건을 기념품으로 드릴 수 있었다. 흔쾌히 노개런티로 참여해준 덕분에 방송의 품질은 올라갔다"며 고마워했다.

석 달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 방송을 앞두고 홀로 편집 등 후반 작업에 매진하느라 일주일 동안은 밤을 새워야 했다. 고 PD는 "공연 3, 4일 전부터는 하루에 전화가 300통씩 왔다"면서 "챙겨야 할 게 정말 많다. 하지만 나의 작은 결정으로 하나씩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PD로서 만족스럽다. 물론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공연 방송은 다수의 스태프 도움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녹화가 끝난 후 대기실에서 만난 박진영이 땀을 닦으며 아무 말 없이 미소로 안아줬을 때 비로소 그간의 노고는 싹 씻겨 내려갔다.


'딴따라 JYP' 이전에도 고 PD는 뉴진스가 근정전 앞에서 한복을 입고 공연해 화제가 됐던 '코리아 온 스테이지',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등을 연출해 주목받았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하면서 공연 프로그램의 재미를 느꼈던 그는 2019년 만들어진 KBS 대형이벤트사업단에 소속됐다.

그는 "캐스팅, 디렉팅만 하는 PD는 되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조명을 달아주면 달아주나 보다, 마이크를 세팅하면 하나 보다, 무대를 세워주면 세워주나 보다고 그치는 게 아니라 각 조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디에 배치되면 좋은지, 어떤 세트를 만들지 계속 생각하고 만드는 쇼 PD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모르는 게 많고 배워가는 과정"이라면서 "가수들이 해외에서 투어를 하면서 방송에 나올 기회가 많지 않아졌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공연에 참여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한 무료 공연, 대국민 서비스 공연에 많은 가수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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