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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수십 년 간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거짓 광고를 했다는 혐의로 석유회사 엑손모빌을 고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기후주간 행사 기자회견에서 "엑손모빌은 재활용에 대한 약속을 과장하고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초래한 '수십 년에 걸친 기만 캠페인'을 벌였다"고 말했다.
본타 법무장관은 "플라스틱 오염은 재활용 신화에 의해 촉진됐으며 엑손모빌이 바로 그 신화를 영속시키는 선두 주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활용 기호'가 붙은 플라스틱을 바르게 분리수거하면 재활용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소비자들에 주입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기후무결성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플라스틱 재활용의 사기'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99%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엑손모빌은 세계 2위 석유·가스 회사인 동시에 일회용 플라스틱에 쓰이는 폴리머의 최대 생산기업이기도 하다.
기후무결성센터는 2021년 미국 기준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5~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수천 가지의 다양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형별로 분류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분리하더라도 다른 화학 첨가제나 착색제가 포함돼있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석유업체들이 1980년대부터 대규모 로비를 벌여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원료로 속여왔다는 게 기후무결성센터의 주장이다.
본타 법무장관은 엑손모빌이 시행하고 있는 '고급 재활용 프로그램'을 "홍보용 스턴트"라고 비판했다. 본타 법무장관실은 조사 결과 고급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가공되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연료로 활용되고, 신제품에는 재활용 물질이 거의 포함돼있지 않지만 프리미엄을 받고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WSJ는 캘리포니아주가 엑손모빌 이외에도 다른 석유·가스기업들의 행위도 조사하고 있으며 소송은 수십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는 행동하지 않았고 이제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 한다"며 반발했다. 로렌 나이트 엑손모빌 대변인은 "캘리포니아주는 우리를 고소하는 대신 우리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플라스틱이 매립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엑손모빌은 6000만 파운드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료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