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현재 수준의 최대 2.5배로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원전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선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신기술 개발을 범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발표한 ‘2050년 에너지, 전기 및 원자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산업이 고성장한다는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의 원전 발전 용량은 작년 말 기준 372기가와트(GW)에서 2050년 950GW로 증가한다. 저성장 시나리오에서도 원전 발전 용량은 2050년 514GW로 커진다. 향후 27년간 원전 발전 용량이 현행 대비 1.4~2.5배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IAEA는 매년 전망치를 늘리고 있다. 2020년 당시엔 고성장 시나리오에서 2050년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715GW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4년 만에 원전 발전 용량 전망치가 33%(235GW) 늘어났다.
원전 전망치가 증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등으로 에너지난을 경험한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AI 기술과 데이터센터가 확산하면서 필요한 전력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IAEA는 아시아 지역의 원전 발전 용량이 지난해 말 106GW에서 2050년 428GW로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AI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 지역도 같은 기간 원전 발전 용량이 110GW에서 228GW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원전 시장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원전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튀르키예 제2 원전 수주 경쟁엔 한국수력원자력과 러시아 로사톰이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보르셀러 원전 2기 수주 경쟁은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간 삼파전이 될 전망이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원전 신규 건설도 치열한 입찰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한국 측 컨소시엄은 지난 7월 24조원 규모 두코바니 원전 2기 신규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원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국내 원전 정책이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는 건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원전 수출시장 선점을 위해선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하이난성 창장 원자력발전소에서 SMR ‘링룽 1호’ 시운전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2026년 상업 운전을 한다는 목표다. 미국도 6월 SMR 기업 테라파워가 시험용 SMR 건설에 착수, 2030년 상업 운전에 나선다. 한국은 내년 SMR 표준 설계를 완료해 2029년 1호기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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