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위장 수사를 통해 지난 3년 동안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1415명을 붙잡았다. 경찰 신분을 감추고 범죄자를 찾는 위장 수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아동·청소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위장 수사를 도입한 2021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15건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판매·시청 사건을 수사했다. 그 결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14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9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성 착취물 구매를 희망한다며 판매자에게 접근하거나 판매자로 위장해 고객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위장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범죄 유형별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판매·배포 1030명(400건), 소지·시청 169명(9건), 제작·알선 149명(66건) 등을 적발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불법 촬영물을 배포한 36명(19건)과 성 착취 목적의 대화를 한 31명(21건)도 붙잡았다.
경찰은 위장 수사가 미성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불법 합성물(딥페이크)을 판매한 10대 3명을 구속하고 해당 채널에서 불법 합성물을 유료로 구입·시청한 24명을 붙잡았는데, 이 역시 위장 수사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위장 수사는 미국 등에서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선 좀처럼 허용되지 않았다. 남용될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우려가 작지 않아서다. 그러나 2019년 디지털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 등이 터지면서 여론을 업고 국내에 도입됐다.
경찰청은 위장수사관을 뽑을 때 검증을 강화하고 인권 교육을 하는 등 통제장치를 마련했다. 신분을 숨기고 수사하려면 상급 기관장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고, 수사가 끝났을 땐 국가 경찰위원회와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가 문제가 된 가운에 현재 국회엔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도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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