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개씩 스팸 문자가 오는데 지긋지긋합니다. 민망한 단어들이 휴대폰 상단에 뜨면 너무 불쾌해요."
직장인 이지현 씨(27))는 매일 같이 스팸 문자를 받는다면서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휴대폰을 보는 와중에 그런 문자가 오면 오해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성적인 스팸 문자는 이제 예사고 지난번에는 '엄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스팸 문자까지 받았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직장인 장아론 씨(27)도 "성매매 관련 스팸 문자나 링크가 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멘트까지 자극적이라 성희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대출 문자 등 매번 스팸 신고를 하고 스팸 등록을 하는데도 계속 다양한 번호로 문자가 온다"고 말했다.
올해 신고된 스팸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이처럼 휴대폰 이용자들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휴대전화 스팸 건수는 총 2억8041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만 해도 2773만건이었는데 2년 만에 무려 10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심각하다.
환산하면 국민 1인당 월평균 10건 이상의 스팸 문자를 받는 것으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팸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꼴이다.
대출, 불법 게임, 유흥업소 등 스팸 문자의 유형도 다양하다. 스팸 차단 애플리케이션 '후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신고된 스팸 신고 건수 771만건 중 '대출 권유'가 172만건(22.3%)으로 가장 많았다. '불법 게임·유흥업소'는 148만건(19.2%), '주식·코인 투자' 142만건(18.4%), '보험가입 권유' 51만건(6.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출 권유 스팸은 전년 동기 대비 73만건(6.6%포인트), 직전 분기 대비 39만건(2.6%포인트) 늘며 지난해 1분기부터 증가세가 뚜렷하다.
신종 유형 스팸은 전년 동기 대비 14만건 늘었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 피싱에서 다양한 수법의 사기 스팸 문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팸 문자가 증가한 이유로 대량 문자 발송 시스템 해킹이 지목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스팸 문자의 98%는 대량 문자 발송 시스템에 의해 발송되는데 해킹된 시스템일 경우 현행 시스템은 실시간 감지·차단에 한계를 보였다. 또한 해외 전송, 번호 조작, 대포폰 등 스팸 발송 경로도 다양해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올 초 범정부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대량문자 발송 사업자 자격인증제를 시행하며 스팸과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대량문자 발송 사업자 인증 신청은 89건에 불과하며 그중 27건만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불법 스팸 문자 과태료를 최소 75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올렸으나 스팸 문자로 거둘 수 있는 기대수익에 비하면 적은 액수라 스팸 근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스팸이 적발되더라도 불법 스팸 과태료 체납액 징수 또한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불법 스팸과 관련된 과태료 체납액은 504억원에 달했다. 체납자의 재산 부족·소재 불명 등의 사유로 인해 이 중 90%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체납됐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