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부분 국내 최초 FDA 허가
지난 8월 19일 FDA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생명과 직결되는 항암 부분이다. 그중 폐암은 사망률 1위인 질병이다. 매년 세계에서 약 18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렉라자가 표적으로 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80~85%에 달한다. 폐암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도 개발이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표준으로 평가받는 미국 시장에서 렉라자 허가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를 얀센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뒤 2018년 기술수출 계약금 5000만달러(약 665억원), 2020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 시작 마일스톤 3500만달러, 2020년 임삼시험 대상자 모집 추가 마일스톤 6500만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9월 국내 최초로 미국 기술수출 건에 대한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상업화 기술료 6000만달러 수령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총 2억1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상생협력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4년 유한양행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제약업계 매출 1위에 올라섰다. 당시 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한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였다. 유한양행은 이를 빠르게 극복하고자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방형 R&D 투자 환경을 구축했다. 국내외 여러 바이오텍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뒤 자체 개발하는 오픈형 신약 개발 방식을 택한 것이다.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 회사들은 자금난을 해소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제약사는 1차 검증된 기술 도입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반 성장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렉라자가 대표 사례다. J&J로부터 유한양행이 수령하는 마일스톤 및 판매 로열티는 기술을 도입한 원개발사인 오스코텍과 이익을 나누며 상생하는 구조다.
유한양행 “R&D 성과 수확은 이제 시작”
유한양행은 ‘제2 렉라자’ 탄생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욱제 사장은 “이번 승인이 하나의 통과점이 돼 R&D 투자를 통한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글로벌 톱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열홍 R&D 총괄사장은 “이른 시일 내에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글로벌 시장에 론칭해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김 사장은 면역항암제(YH32367)와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가 렉라자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YH32367은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YH32367은 유한양행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 중이다.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HER2 발현 종양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면역세포 활성 수용체인 4-1BB를 자극해 면역세포의 항암작용을 증가, 종양 특이적 면역 활성을 높인다. 동시에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이중항체다.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는 최근 인상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도입한 YH35324는 항 면역글로불린 E1(Anti-IgE) 계열의 Fc 융합단백질 신약이다.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YH35324는 기존 치료제(졸레어) 대비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IgE 억제 활성을 보인다. 현재 YH35324의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예비적 개념 증명(PoC) 임상 1상도 하고 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