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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전 남친에 "저런 X은"…헌재 "모욕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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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카라 출신 가수 고 구하라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실형을 산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가 출소한 후 댓글을 단 남성에게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인천지검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정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난달 29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청구를 인용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사유를 참작해 처벌하지 않는 검사의 처분을 의미한다.

정씨는 지난 2021년 7월 인터넷에 게시된 '고 구하라 전 남친 최종범, 수척해진 근황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에 "자신의 수척해진 모습을 공개한 건 동정받으려고 그런 건가? 저런 ×은 자살해도 절대로 동정 못 받을 거다!"라고 댓글을 적었다. 이후 최종범 측이 정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인천지검은 같은 해 12월 모욕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정씨는 이에 2022년 5월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정씨는 "댓글을 게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댓글을 게시한 구체적인 경위와 전체 내용, 표현 방식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댓글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검찰이 사실관계를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엄격한 법리검토를 하지 않아 헌법상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정씨가 댓글을 게시한 경위와 횟수, 의미와 맥락 등을 따져봤을 때 형법상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사건 댓글이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언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 수단이고 사람마다 언어습관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하다는 이유로 모두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종범은 구하라를 폭행하고, 리벤지 포르노 협박 혐의로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구하라는 재판 과정에서 괴로움을 토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구하라의 유족은 최종범의 폭행 등으로 구하라가 정신적 고통을 당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며 2020년 7월 위자료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0월 서울북부지법 민사9단독 박민 판사는 "최종범이 7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최종범은 출소 후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공개했는데, 이후 구하라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댓글 창을 닫았다. 최종범은 이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의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A씨 등 9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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