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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으면 무조건 친다"…트럼프의 못말리는 '골프 사랑'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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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골프장에서 암살 시도에 노출되면서 그의 유난한 '골프 사랑'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오는 11월5일 대선일이 50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트럼프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골프 라운딩에 나설 여유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규칙적인 골프 습관이 보안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라는 인물이 12시간 동안 숨어서 총을 겨눈 채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비밀경호국에 발각된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규칙적인 골프 습관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무리 바빠도 골프를 빠뜨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7년부터 약 4년 동안에도 200여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임기간 라운딩 횟수에 대해 트럼프골프카운트는 285차례, 골프다이제스트는 261차례라고 각각 추정했다. 261회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6일에 한번 꼴로 골프를 친 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총 8년 재임기간 동안 303차례 라운딩(골프다이제스트 추정치)에 나갔다.

경호팀에게 이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마이크 올슨 전 비밀경호국 요원은 폴리티코에 "그가 (자택이 있는) 마러라고에 있고, 날씨가 좋다면 그가 아마도 골프 코스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호팀 요원들은 트럼프 재임 당시 그가 경호가 훨씬 수월한 백악관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다. 폴 에클로프 전 비밀경호국 요원도 "넓은 장소에서 3~5시간을 보내는 야외행사에서 경호하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며 "골프를 치는 사람을 철이나 유리로 둘러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다양한 골프장을 찾지 않고 주로 그가 소유한 민간 골프장 몇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는 점은 경호에 유리한 측면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번에 암살 시도에 노출됐던 웨스트 팜 비치 골프장도 부동산 사업가인 그가 1999년 처음으로 조성한 골프장이다.



그는 대선 유세 중에도 수시로 골프를 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지지율 경쟁이 치열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한 유세일정을 잡지 않는 날도 적지 않다. 이런 날에는 후원자 등과 함께 골프장을 찾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 인근에서 한국인 주재원들과 마주치는 일도 종종 있다.

지난 7월에는 브라이슨 디섐보의 유튜브 '50타 깨기'에 출연해 함께 골프를 즐겼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글을 기록하거나 롱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수준급 골퍼임을 증명했다. 그는 디섐보와의 대화에서 "골프가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의 골프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하다. 지난 6월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니어 골프대회가 아니라 일반 골프대회에서도 우승하는 자신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50야드도 샷을 날리지 못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의 핸디캡은 2~3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암살 시도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의 동반자 스티브 위트코프와 통화한 폭스뉴스 진행자 션 해니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니티에게 "나는 정말 그 홀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이븐(파)를 기록하고 있었고 버디 퍼트를 했다"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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