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터 해고 등 불안정한 고용에 위기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 웹진 IGN은 "'인사이드 아웃2'는 픽사가 필요로 했던 히트작이 됐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위해 일한 후 해고된 직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인사이드 아웃2' 개봉 직전 디즈니로부터 해고 통보받은 픽사의 전 직원 10명의 이야기를 전했다.
'인사이드 아웃2'는 이달 전 세계적으로 누적 수익 16억달러(한화 약 2조1300억원)을 돌파하며 '라이온킹'과 '겨울왕국2'를 넘어서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등극했다. 더불어 '쥬라기월드'를 제치고 전 세계 역대 흥행작 8위로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6월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13세 소녀가 돼 사춘기를 겪으며 보다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는 라일리의 머릿속을 배경으로 한다.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등 낯선 감정들이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다시 시작된 위기와 모험을 전한다. 디즈니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픽사에서 제작했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2' 개봉 직전인 올해 5월 디즈니는 픽사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175명을 해고했다. 해고 직전까지 '인사이드 아웃2'을 위해 애를 썼지만, 해고 후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에 기록적인 흥행에도 성공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게 디즈니의 방침이다.
당시 해고당한 한 애니메이터는 IGN과 인터뷰에서 "한두 달 동안 애니메이터들은 일주일에 7일을 일했다"며 "엄청난 양의 업무량에 많은 제작 인력이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내던져졌다"면서 당시 상황을 '끔찍했다'고 표현했다. 더불어 디즈니와 픽사 고위 임원이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큰 위기"라고 직원들을 몰아세웠고, "픽사에 절실한 히트작을 제공하기 위해 서두르다 버려졌다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2022년 '토이스토리'의 스핀오프인 '버즈 라이트이어'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픽사 위기론은 더욱 커졌고, 경영진은 그 이유를 '동성 키스'로 돌리며 "에일리가 동성애자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압박이 지속해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퇴직자는 "'인사이드 아웃2'는 스튜디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작품이라 여겨졌고, 모든 스튜디오의 인력이 투입된 비상 상황이었기에 '인사이드 아웃2'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는 할리우드 작가, 배우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대부분의 영화 제작이 정상적인 일정대로 진행될 수 없었지만, 직원들의 노력으로 사전에 공지된 개봉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게 퇴직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마지막까지 에일리가 이성애자로 보이기 위한 여러 요구가 있었고, 이로 인한 스토리 변경 때문에 추가 업무가 이어졌다"며 "본래 2023년 9월 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지난 4개월 동안 제작이 끝날 때까지 업무가 계속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디즈니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고, 전 세계 직원의 3.6%에 해당하는 직원 7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총 세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은 본래 올해 초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픽사의 경우 '인사이드 아웃2' 개봉 직전 175명을 한 번에 해고했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감독을 맡았던 앵거스 매클레인과 프로듀서를 맡았던 게린 서스맨도 포함됐다. 매클레인은 '토이스토리4'와 '코코'로 호평받은 시니어 크리에이티브 팀의 일원이었다. 서스맨은 1995년 토이스토리 원작부터 픽사에서 근무해왔다. 지난 2015년부터 픽사의 글로벌 홍보를 맡았던 마이클 아굴넥 부사장도 해고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픽사는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시작으로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코코'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스튜디오다. 디즈니가 2006년 인수되기 전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인수해 운영해 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