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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행 입장권' 뭐길래…허경영, 7년 만에 1000억 '돈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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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행 입장권' 뭐길래…허경영, 7년 만에 1000억 '돈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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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님의 기운 받고 몸에 좋은 광천수·불로유를 마시기 위해 먼 길 왔어요.”

지난 8일 오후 2시께 경기 양주의 장흥 유원지 내 ‘하늘궁’에서 만난 강모씨가 이렇게 말했다. 강씨를 포함한 약 200명은 여러 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수도권은 물론 충청·전라·경상 등 전국 각지에서 하늘궁까지 북상했다. 관광지 초입에서 차로 20분 이상 운전해야 할 만큼 하늘궁이 유원지 내 후미진 산골짜기에 위치했지만, 지지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강씨 일행인 김모씨는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보고 있으면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최근엔 광천수까지 터져 나오자 지지자 사이에서 마치 성지 순례하듯 하늘궁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약 120㎞ 떨어진 경기 평택에서 왔다.



80년대 수도권 대표 국민관광지 경기 양주 장흥이 빠르게 ‘허경영랜드’ 로 탈바꿈하고 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74)가 운영하는 ‘하늘궁’이 지난 4년 동안 쇠락한 관광지 내 건물 20채와 부지 수만평을 매입하는 등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휴일마다 수백명의 지지자가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 시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허경영의 하늘궁’은 거점인 한옥형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건물만 약 35채를 보유 하고 있다. 건물 사이마다 수십만평의 대지 위에 잔디가 정갈하고 빼곡하게 깔아 놨다. 본지 취재진이 허 대표의 허경영랜드를 도보로 구석구석 돌아보니 약 50분이 걸릴 만큼 매우 넓었다. 방문객을 위한 전용 셔틀버스가 돌아다닐 정도다. 허 대표는 ‘신의 화신’ ‘IQ 430’ ‘내 이름을 세 번만 외치면 모든 것이 이뤄진다’ ‘공중부양을 한다’ 등을 엉뚱한 주장을 하며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허 대표는 2017년 수중에 가진 전 재산을 털어 ‘하늘궁’ 이름의 2층짜리 한옥 주택을 한 채를 짓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 집값만 약 4억원. 당시 허 대표가 자리 잡았을 때만 해도 장흥 유원지는 방문객이 뜸하던 쇠락한 관광지였다. 정부가 1986년 양주 장흥을 국민관광지로 지정한 이후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교외선 운영 중단·교통망 발달 등 여러 이유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하늘궁 주변엔 온통 낡은 모텔과 분양에 실패한 대형 타운하우스 부지 등으로 방치돼 있었다. 덕분에 식당들도 발길이 뚝 끊겨 파리 날리기 일쑤였다.

인적이 드문 국민관광지가 다시 부흥기를 맞이한 것은 허 대표가 나타나면서다. 허 대표는 강연을 통해 주말마다 수백명을 끌어모았고 불과 7년 만에 100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매주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하늘궁으로 약 200~300명씩 몰린다. 최근 허 대표가 경찰의 수사를 받기 전까지 많게는 하루에 1000명까지 이곳을 찾았다. 하루 매출만 평균 1억~3억원 선. 인당 강연 청취료에 2만~10만원, 개별 만남에 20만원의 돈을 지불해야 허 대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허 대표가 주장하는 천국인 ‘백궁’도 지지자들에게 큰 관심사다. ‘천국행 입장티켓’인 백궁명패는 1개당 300만원. 이미 수백개의 백궁명패가 하늘궁의 한 건물에 빼곡하게 안치돼 있다. 허 대표의 ‘초종교하늘궁’의 매출액만 연평균 40억~80억원 선. 영업이익률은 95%에 달할 만큼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그동안 허 대표는 부가 축적 될 수록 하늘궁 등 주변 건물과 땅을 차곡차곡 매입했다. ‘영업 정지’ 푯말이 내걸린 낡은 모텔 십수채, 버려진 땅 등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내부와 외관을 리모델링하고 건물마다 하늘궁 간판을 걸고 새롭게 운영했다. 주로 전국에서 몰려든 허대표의 지지자들이 하늘궁 모텔에 묵는다. ‘허경영주얼리’ 등 굿즈 물품과 식음료 등 판매는 물론 요양원, 수목원 등 사업을 다각도로 확장했다. 양주시청조차 포기한 쇠락한 관광지를 허 대표와 지지자들이 도로포장을 하고 조경 관리를 하면서 일대가 깔끔해졌다. 본지 취재진이 방문했던 지난 8일 에도 지지자 50명이 일대 조경을 손보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관리에 한창 바빴다.

허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도 구독자 수만 총 80여만명(6개 채널)이다. 8년 전부터 꾸준히 강연을 업로드 하자 구독자가 연 평균 10만명씩 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통일을 한다’ ‘한반도는 세계 문화의 중심’ ‘나라를 해코지하는 국해의원’ 등 자극적인 주제로 강연하며 대중적으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지지자 사이에선 이미 하늘궁은 성지(聖地)다. 주말만 되면 전국 곳곳에서 셔틀버스를 대절해 이곳을 찾는다. 개인차를 이용해 수십대의 차량이 강연을 듣고자 온다. 허 대표가 하늘궁을 ‘천국의 지구 본부’로 소개하는 등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지만 지지자 사이에선 사실 여부가 중요치 않다. 허 대표의 강연을 듣고 마음의 평온을 얻는 목적이 크다. 최근 ‘오백궁 광천 약수터’를 조성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물을 마시겠다고 줄까지 서고 있다. 수십리터의 큰 물통을 여러개 준비해 일렬로 줄을 서 물을 받는다. 허 대표는 “내가 나와라 해서 3㎞ 땅속에서 천사(광천수)가 나왔다”며 “완전 돈덩어리이자 건강에 아주 좋은 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장흥유원지에선 하늘궁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요인이 됐다고 평가한다. 몇 년 전까지 일부 마을 주민들은 강연 반대 집회를 할 정도로 허경영랜드가 확장해 가는것을 싫어했었지만 분위기가 점점 우호적으로 바뀌게됐다. 허 대표 지지자가 아닌 일반인도 호기심에 하늘궁을 방문한다. 내비게이션에서 ‘하늘궁’을 검색한 뒤 차를 타고 유원지 돌 듯 구경도 하는 것이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하늘궁을 산책하던 이태우·김정은 부부는 “하늘궁에 바람 쐴 겸 서울에서 놀러왔다”며 “반려동물 산책 시키기도 좋다”고 말했다. 슈퍼 점포 김모씨는 “이곳에서 50년 살았다”며 “허경영과 하늘궁 덕분에 장사가 잘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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