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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2조 실탄 '사상 최대 공습'…최윤범 회장, 백기사 확보에 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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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9월 13일 오후 3시 1분

MBK파트너스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 두 번째 대상으로 고려아연을 점찍고 경영권 장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말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앤컴퍼니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실패해 자존심을 구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반년 이상 칼을 갈며 공격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실탄이 풍부하다. NH투자증권에서 1조5000억원을 단기 차입하는 등 공개매수에 2조1332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방어 전략이다. 직접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방어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방은 단 10일” MBK 집중 포격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을 공개매수하는 데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한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한국앤컴퍼니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할 땐 최대 622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공개매수 규모는 세 배 이상 크다. 주가가 오르고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단가를 높이면 투입 자금은 더 늘어난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시기와 기간도 전략적으로 택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공개매수는 최소 20일 이상, 60일 이내 이뤄져야 한다. 이 기간은 공휴일도 포함한다. MBK파트너스는 22일간 공개매수를 하지만 이 중 추석 연휴와 공휴일을 제외하면 영업일은 10일뿐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MBK파트너스가 최 회장 측에 방어할 시간을 최소한으로 주기 위해 추석 연휴와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한글날이 낀 시점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공개매수 단가와 공개매수 예정 수량에도 전략이 담겼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발행 주식을 최소 7%, 최대 14.6% 사겠다고 했다. 최소치에 미달하면 공개매수 계획 자체를 접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동주식의 일부만 사들이겠다는 건 소액주주에게 ‘내 주식을 공개매수 단가에 모두 넘기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매수에 빨리 응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매수 단가를 추후 한 차례 더 상향할 가능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동시에 진행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공개매수 가격이 2만원으로 발표 직전 주가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유통주식 전량을 대상으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나서기 전 영풍 및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와 공동 의결권 행사 약정을 맺고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공개매수와 지분 거래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장씨 일가보다 고려아연 주식을 1주 더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MBK파트너스로 넘어간다.
○다른 대기업들, 백기사 나설까
최 회장은 MBK파트너스의 기습 공격에 맞서 대응책을 찾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2조원 규모 공개매수를 선언한 만큼 개인 자금만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 재계 총수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최 회장은 친분이 있는 대기업과 고려아연 협력사 등에 백기사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5.9%와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백기사로 분류되는 지분 18.4%를 더하면 최씨 일가의 우호 지분은 34.3%에 달한다. 고려아연 자사주(1.4%)와 국민연금 지분(7.8%)을 제외하고 소액주주 지분 23.4% 중 6.5%만 취득하면 영풍 측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걸 막을 수 있다. 시가로 따지면 9000억원 규모다. 최 회장이 직접 매수하긴 쉽지 않지만 우군이 대거 나선다면 불가능한 규모는 아니다.

굳이 과반을 확보하지 않고 시장 기대를 부추겨 공개매수를 불발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최 회장 측 백기사로 나서 공개매수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장내에서 유의미한 지분을 매집해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 MBK파트너스 전략에 금이 간다. 5% 미만의 지분만 공개매수하는 맞불 작전으로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길도 있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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