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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채삼덕'이라 불리는 미나리, 미나리 요리 인기에 요식업계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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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2020년 선댄스 영화제부터 골든 글로브상,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영화 ‘미나리’에 나오는 대사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게 된 대한민국의 미나리. 많은 채소 중에 왜 미나리일까?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집에서 키웠는데 잘 자랐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았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미나리 씨앗을 개울가에 심었더니 무성하게 자라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의 강인한 생명력과 적응력을 상징한다.

미나리는 예로부터 세 가지 덕을 가진 식물로도 유명한데 이를 ‘근채삼덕(芹菜三德)’이라 부른다. ‘근채삼덕’이란 진흙 땅에서도 싱싱하게 잘 자라는 자세,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함, 그리고 가뭄이 와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이겨내는 자세를 일컫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조상들은 미나리를 채소 중에서 최고의 품격으로 꼽았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풀과 나무에도 품격을 매겼는데 나무로는 소나무, 꽃으로는 매화, 채소에는 미나리를 최고로 여긴 것.

또한 미나리는 동의보감에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하며, 술로 인한 독을 제거하여 음주 후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혈액의 산성화를 막고 몸에 좋은 무기질과 풍부한 섬유질, 그리고 각종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다. 노화와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의 생성을 억제하는 항산화 항암 효과, 몸 속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해독작용이 강하고,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커서 다양하게 여러 음식과 약재 처방으로 이용된다.

한편 미나리는 크게 물미나리와 돌미나리로 구분한다. 물미나리는 논에서 재배되어 논미나리라고도 불리며, 줄기가 길고 잎이 연해 상품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돌미나리는 습지 또는 물가에 야생하는 것으로, 줄기가 짧고 잎사귀가 많다. 현재는 야생의 돌미나리를 채취하는 것은 흔하지 않고, 밭에서 키워 상품화하는데 밭에서 재배한 미나리가 물미나리보다 향이 더 강하다.

미나리 제철인 봄이 되면, 경상북도 청도는 미나리를 먹으려는 관광객의 오픈런이 이어진다. 대구 팔공산 역시 맑은 공기와 깨끗한 지하수를 품고 있어 무공해 미나리로 유명하다. 특히 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먹는 것이 하나의 문화인데, 대구 사람들은 팔공산 미나리 삼겹살을 일컬어 ‘봄을 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하며, 미삼(미나리+삼겹살) 페스티벌을 개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기도 했다.

요즘은 특정 지역을 넘어 전국 한식당이나 브랜드에서도 미나리를 활용한 메뉴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싱싱한 미나리를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것은 물론, 미나리를 송송 썰어 진한 육수 위를 덮어 이색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미나리곰탕, 다양한 야채와 미나리를 듬뿍 넣어 건강하게 먹는 샤브샤브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나리가 기존 세대뿐 아니라 MZ를 비롯한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미나리 원물에 대한 검색이나 트렌드 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SNS에서는 ‘미나리를 넣으니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음식을 상큼하게 느낄 수 있다’, ‘건강한 느낌이다’, ‘맛은 물론 이색적인 비주얼로 바로 사진 찍어 SNS에 올리고 싶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기로 미나리곰탕으로 유명한 한식당은 미쉐린가이드 신규 레스토랑에 등재되기도 하고, 미나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성행하며 전국적으로 요식업계에도 미나리열풍이 불고 있다. 오랜 시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원물인 미나리의 인기가 얼마나 더 높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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