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도 혁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믿음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2일 공개한 2024년 대한민국 30대 혁신기업에는 13개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처음 혁신기업을 선정한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교체됐다.
○모빌리티 기업 약진
한경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는 ‘2024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8월 한 달간 100개 기업의 리스트를 국내 유수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내 혁신기업 30곳을 선택해달라고 요청했다. 설문 리스트에 든 100개 기업 CEO와 국내 자본시장을 이끄는 금융투자업계 CEO 30명 등 총 130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받았다.이 중 응답이 온 107개 설문지를 바탕으로 혁신기업 50곳을 1차로 추렸다.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가 낮은 20곳을 제외해 최종적으로 30개 기업을 선정했다. 한경이 연세대 경영대 동반경영연구센터, IBS컨설팅과 공동으로 만든 ESG 기준을 적용했다.
조사 결과 모빌리티 바이오 금융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까지 순위에 들지 못한 기아(8위), 현대모비스(18위) 등 모빌리티 기업들이 새로 뽑혔고,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위에서 올해 2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1년간 CEO들의 평가가 가장 달라진 기업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2일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상향했다. 이번 등급 상향으로 현대차·기아는 올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았다.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S&P·피치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은 자동차 메이커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벤츠, 도요타, 혼다 등 4곳뿐이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업체에 오른 데 이어 모빌리티 혁신, 재무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톱티어’ 자동차 메이커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는 또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모두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미국 자동차 관련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테슬라(50.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미국 포드(7.4%)와 제너럴모터스(GM·6.3%)보다도 순위가 높다.
○CEO들이 직접 뽑은 혁신기업
정부의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금융회사들도 높은 ESG 점수를 받으며 약진했다. 지난해 순위에 들지 못한 신한지주(19위), KB금융(20위), 하나금융지주(26위), 메리츠금융지주(27위), 미래에셋증권(30위)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KB금융과 신한지주는 증권가에서 이른바 ‘밸류업 대장주’로 불린다. KB금융은 올 들어 주가가 40% 이상 뛰었고 신한지주도 30% 이상 올랐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K방위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9위)와 코스닥 대장주로 떠오른 바이오기업 알테오젠(15위)도 새로 선정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