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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줄세우는 수능, 韓창의성 옥죄…학생 선발 방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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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적응력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미네르바대의 마이크 매기 총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년 후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떤 직업이 최고 직업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2012년 설립된 미네르바대는 세계 우수 인재가 몰리고 기업 후원이 쏟아지는 최고 명문대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캠퍼스가 존재하지 않지만 세계 7개국에서의 기숙사 생활과 온라인 수업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교 12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과 인공지능(AI) 시대에 교육 혁신이 필요한 한국 대학에 좋은 본보기인 셈이다. 매기 총장은 한국 기업, 대학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미래형 인재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20년 후에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직업이나 분야가 유망한지 예측할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세상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합니다.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스스로 풀어낼 수 있게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춰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미래 인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대학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창의력과 적응력, 문제해결력 등을 배우는 것입니다. 미네르바에서 공부하는 동안 글로벌 경제에서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식과 기술을 쌓게 하고자 합니다. 대학도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5년 전만 해도 미국의 모든 젊은이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AI가 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대학 교육 역시 학생과 사회의 변화에 맞춰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네르바대에서는 AI 시대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AI 기술을 활용하고 가르치는 것보다 AI를 통한 사회 현상에 어떻게 적응할지가 더 중요합니다. AI는 인간 간 소통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고 진실과 허위를 더 구별하기 어렵게 할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진짜와 허위를 분별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7개 도시에서 수업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학생들은 전 세계 도시에 살면서 그 안에서 여러 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합니다. 지속 가능 에너지 등 관심 분야가 있다면 그 나라에서 관련 기업,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죠. 같은 주제의 프로젝트라고 해도 한국과 아르헨티나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서로 매우 다를 것입니다. 관심 주제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몰입하는 경험으로 더욱 다양한 관점을 얻게 됩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수업을 합니다.

“미네르바대는 오프라인 캠퍼스가 없어 온라인으로 수업하지만 소규모 토론 수업을 통해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냅니다. 수업 전에 필요한 자료를 다 읽고 들어가고, 그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방식이죠.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학생의 질문과 의견을 듣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네르바는 SAT, ACT 등과 같은 미국 대학입학표준시험 점수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자체적인 학생 평가 플랫폼을 통해 학생을 뽑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입니다. 또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를 봅니다. 이들은 미네르바 공동체의 좋은 시민이 돼야 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공동체의 성숙한 일원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험 점수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의 SAT, 한국의 수능과 같은 평가 방식은 학생의 창의성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모든 학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라 대학에 배정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학생과 대학 모두 표준화된 방식으로만 작동하게 되죠. 그렇게 들어간 대학이 학생에게 적합한지, 최선인지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혁신교육의 성과는 어땠습니까.

“미네르바대를 졸업한 많은 학생이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경우도 많습니다. 전체 졸업생의 12%가 창업에 성공했죠.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도 있고, 매우 경쟁률이 높은 대학원에 진학한 사례도 있습니다. 각 영역에서 미네르바대 졸업생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학금 지원 비중이 높은데 철학이 있습니까.

“미네르바는 학생의 80%에게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마련했고, 동시에 불필요한 비용을 아끼고 있어서 가능합니다. 미네르바는 대형 캠퍼스를 짓고, 유지할 필요가 없죠. 교수진도 외부 프로젝트를 시키거나 유명하다는 이유로 월급을 더 많이 주지 않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습니다.

“미네르바의 사명 중 하나는 글로벌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다양성은 학생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미네르바 안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다양성을 갖춘 팀이 더 혁신적이고 기업가적이라는 것이 입증됐죠. 함께 일하고 살아가기 위해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세우기로 한 분쟁해결실험실은 무엇입니까.

“학생들이 기업 등과 협력해 국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기관입니다. 한국은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고,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한과 긴장관계에 있습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서울의 역사와 현재 세계에서의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것입니다.”

■ 마이크 매기 총장 약력

△1993년 미국 홀리크로스대 졸업
△199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2000~2006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교수
△2008~2015년 로드아일랜드 메이어럴 아카데미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2015년~ 아스펜연구소 조정관
△2022년~ 미네르바대 총장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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