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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패닉…노후아파트에 무슨 일이 [오세성의 헌집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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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굵직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부천 한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도 지하 주차장 화재로 약 140대의 차량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주변 차량으로 불길이 번진 결과입니다.
전국 4만개 단지 살펴보니…스프링클러 설치 35% 불과
같은 달 굵직한 화재가 연이어 나니 노후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대다수 노후 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가 없기 때문입니다. 14일 국토교통부의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준공 이후 30년 이상이 지난 주거용 건축물은 238만1669동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건물이 전체의 절반이라는 의미입니다.

아파트로 범위를 좁혀 살펴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4만4208개 공동주택 단지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만5388곳(35%)에 불과합니다. 전체 아파트 단지 가운데 65%는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도 스프링클러가 일부 층에만 적용된 경우를 추려내면 스프링클러가 없는 '화재 사각지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내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은 1990년 16층 이상 층수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15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20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면 16층부터 20층까지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식입니다. 1990년대 지어진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부분이 15층인 이유도 이러한 규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해당 규정은 2002년 11층 이상 아파트라면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확대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6층 이상 아파트는 전 층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재차 강화됐습니다.

다만 이러한 규정은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들은 지어질 당시 규정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후 아파트에 의무조차 아닌 스프링클러를 별도로 설치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노후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별도로 설치하려면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고 막대한 공사비를 내며 장기간 공사해야 합니다. 일부 주민들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요구하더라도 이러한 부담 때문에 주민 동의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준공 4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없고, 22년 넘은 아파트도 1층부터 15층까지 스프링클러가 없는 실정입니다.
노후 아파트, 준공 당시 규정 그대로 적용…있어도 작동률 10%대
스프링클러가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률은 2019년 13.2%, 2020년 14.7%, 2021년 14.8%, 2022년 16.8%, 2023년 18.6%로 1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와 기숙사,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2만3401건 중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된 경우는 15.6%(3656건)에 불과했습니다.

경기 군포시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화재 상황에서 30년 넘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씨가 사는 아파트는 1994년 지어졌지만, 24층인 그의 집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습니다. 다만 최근 수년간 점검도 없이 거미줄이 쳐진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김씨는 "아파트에서 방송으로 스프링클러를 점검한다는 안내를 한 적이 있다. 중앙 설비를 점검한 게 아닐까 싶다"며 "개별 가구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노후도나 작동 점검이 필요할 것 같지만, 그런 점검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의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백모씨는 얼마 전 가정용 소화기를 구입했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없고, 노후한 화재감지기도 믿기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그는 "스프링클러는 아예 없고, 주방에 화재감지기는 있다"면서도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기계를 점검하겠다고 일부러 불을 내볼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화재가 발생한 곳도 그리 멀지 않기에 신경이 쓰여 스프레이 방식의 소화기를 구입했다"며 "복도에 공용 소화기가 있지만, 볼 때마다 먼지가 수북해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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