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에 이례적으로 나타난 잠자리 떼로 어민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10일 JIBS 제주방송은 제주도 김녕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낚싯배에서 찍힌 잠자리 떼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잠자리 떼가 어선에 몰려들었고, 잠자리 무리로 발 디딜 틈도 없는 모습이 담겼다.
이동현 선장은 "저도 배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며 "진짜 수천, 수만마리가 막 몰려든다"고 이례적인 잠자리 떼 습격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신이 없다"며 "자그마한 모기도 붙으면 거슬리는데, 잠자리들이 얼굴에 달라붙으니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고충을 덧붙였다.
이 잠자리들은 아열대성 된장잠자리로 파악됐다. 봄철 우리나라에 들어와 머물던 잠자리 떼가 여름이 지나자 남쪽으로 이동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잠자리 떼 규모에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전하고 있다.
김동순 제주대 교수는 "이렇게 대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과거에 있었다고 하면 아마 제보가 있었을 텐데, 아주 특이한 현상"이라며 "만약 이것이 되돌아가는 집단이었다고 하면 제주에서 번식이 많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런 잠자리 떼 발생은 제주지역의 유례없는 폭염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은 이상 고온이 계속되고 있다. 11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까지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북부) 27.3도, 서귀포(남부) 26.7도, 성산(동부) 27.7도, 고산(서부) 25.3도로 밤사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제주 지역의 경우 올해 열대야 일수는 65일로, 관측 이래 열대야 일수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종전 최다 기록은 제주 2022년 56일이었다.
잠자리는 고온다습한 기온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점에서 제주지역 폭염이 잠자리 개체 수에 영향을 끼쳤으리란 추측이다.
지난해 7월 말 미국 북동부 해변에서도 수백만마리의 잠자리 떼가 등장했는데, 당시에도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잠자리 떼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에 멕시코만으로 이동하는데, 작년 겨울 날씨가 따뜻해 잠자리 개체 수가 유독 많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다만 잠자리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모기나 파리 등을 잡아먹는 익충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