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급격히 오른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 내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금융통화위원들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0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주택시장·가계대출 상황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을 금통위원들에게 보고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달 21~22일 열린 회의에서 한은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면서 소득 등 펀더멘털과 괴리되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조정과정에서 금융과 경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고 소비와 성장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서는 신성환·장용성·유상대·황건일·김종화·이수형 금통위원 등 전원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위원은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경우 시장의 반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한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청년층은 주택가격이 상승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데, 이것이 저출생 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에 필요한 구조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수행 시 주택시장을 비중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컸다. 정부와 한은이 명목 GDP 증가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해 한 위원은 "1분기 가계대출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보다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월에 감소했던 집단 대출이 8월 이후 늘어난다는 점도 가계부채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위원은 "지금까지의 규제 상황을 볼 때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캐나다의 사례를 참고해야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정책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캐나다는 사전에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것처럼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거시건전성 정책에만 맡기면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나왔다. 한 위원은 "부동산과 같은 특정 자산에 대해서 거시건전성정책 중심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은 타당하다"면서도 "필요시 통화정책 측면에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시에 필요한 통화정책 수행을 위한 대응책도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가 다가왔다는 언급을 한 금통위원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위원은 "통화 긴축 기조 완화 기대와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안정적인 물가, 더딘 내수 회복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긴축을 완화할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물가 측면의 피벗(정책 전환) 위험이 매우 낮아졌다"고 본 위원도 있었다. 향후 3개월 이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