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석 LS일렉트릭 전력CIC 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 시장도 급성장해 ‘슈퍼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며 “2021년 685조원이던 전력 배전 시장 규모가 2030년 114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AI가 불러온 전력 슈퍼사이클’을 주제로 열린 전력 특별좌담회에선 오 사장과 함께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이 연단에 올랐다. 좌장은 윤용태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두 전문가는 한목소리로 전력 시장에 슈퍼사이클이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1970~1980년대 설치한 전력 설비가 노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사장은 “전력 설비를 구축하고 운영한 지 50년이 넘으면서 현재 가동되는 전력 설비 중 70%가 노후화했다”고 설명했다. 최신 전력 설비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슈퍼사이클을 부른 더 큰 이유는 AI다. AI용 데이터센터 유지에 쓰이는 전력량이 워낙 많아서다. AI 기능을 적용한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보다 최대 30배 이상 전기를 많이 쓴다.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1곳 설립 비용은 957억원으로 기존보다 71% 더 든다. 데이터센터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오 사장은 “올해 100여 개인 AI용 데이터센터는 2030년 400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脫)탄소 기조도 전력 시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쓰는 설비는 신재생에너지 전력망에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정책에 맞추기 위해선 2022년보다 전력 수요가 150% 늘어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요도 급증해 전력망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배전 시장에서 저압부터 초고압까지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LS일렉트릭은 1974년 설립된 금성계전이 전신이다. 작년 매출은 2022년(3조3771억원)보다 25.3% 늘어난 4조230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75억원에서 3249억원으로 73.2% 증가했다.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독립하며 출범한 HD현대일렉트릭도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2018년부터 2년간 누적 적자 2573억원을 기록했지만 2020년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2조7028억원에 영업이익 3152억원을 냈다. 수주 잔액도 올해 1분기 기준 6조6000억원에 이른다.
오현우/하지은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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