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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캘리포니아 탈원전 후폭풍…전기료 폭등에 툭하면 대규모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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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고속도로변에 있는 한 중고차 매장은 불이 전부 꺼져 있었다.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간판의 불을 환하게 켜놓던 평소와는 달랐다. 건너편에 있는 자동차 대리점도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 북부 전력회사 PG&E는 이날 뒤늦게서야 “해당 지역에 계획되지 않은 정전이 있었다”고 공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의 유탄이 주민들을 향하고 있다. 9월 40도를 넘나드는 최악의 폭염 속에서 수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는가 하면, 이미 10년간 두 배 넘게 오른 전기요금의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전력 수급에 정전 잇따라
전문가들은 대규모 정전 사태의 핵심 원인을 캘리포니아의 탄소중립 정책에서 찾고 있다. 이상기후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가 폭증했는데, 정작 주정부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던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늘리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2010년 캘리포니아 전체 전력 공급원의 60%를 차지하던 화력 발전 비중은 2022년 39%로 떨어졌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11%로 낮아졌다. 반면 16%였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같은 기간 39%까지 높아졌다.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들은 주정부의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시급한 노후 전력선 보수 작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제때 보수되지 않은 낡은 전력선이 고장을 일으키며 크고 작은 정전 사태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과 달리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일정한 전력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보수 작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노후 장비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건조한 날씨에 낡은 전력선에서 스파크가 튀며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2021년 캘리포니아 북부 뷰트카운티에서 발생한 캘리포니아 사상 두 번째 규모의 ‘딕시 화재’가 대표적이다. 노후화된 전력선에서 시작한 불은 서울 면적의 7배에 달하는 4040㎢를 태웠다.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전기요금 美 50개 주 평균의 두 배

문제는 이런 부작용들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PG&E는 올해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32달러(약 4만3000원) 이상 올렸다. 화재 방지를 위해 총 3380㎞ 길이의 노후 전력선을 지하화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에머슨 리즈(38)는 “최근 몇 년 새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올랐다”며 “다른 주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요금을 내면서도 정전을 겪은 적이 없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산 3년 동안 우리 집이 네 번 정전됐다”고 말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의 전기요금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캘리포니아의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33.78센트였다. 2014년 평균 요금(16.25센트)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2분기 미국 50개 주 전체 평균(16.55센트)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진보 정책’이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캘리포니아주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크레디트(보조금)를 지급한다. 그러다 보니 저소득층이 내는 전기요금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이 보조금을 받는 상황이다. 최근 WSJ는 칼럼에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반 주민이 태양광 패널을 소유한 부유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가) 사람들이 배터리를 구매하기 바라며 정전을 응원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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