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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상장 기업이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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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이 55곳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3곳, 코스닥시장에서 42곳의 상장 폐지 사례가 발생해 작년 전체 수준에 근접했다. 주된 상장 폐지 사유는 감사의견 미달, 보고서 미제출 등이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의도적으로 상장 폐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연 1회 이상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이런 공시 부담과 주주 제안에 대한 부담감으로 상장 폐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상반기 이미 7개 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3곳, 4곳인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늘어난 셈이다.

물론 부실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는 전체 시장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진 기업임에도 공시와 주주 제안에 대한 부담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신성통상, 락앤락, 제이시스메디칼 등은 각각 업종 주가수익비율(PER), 마진율,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이다.

신성통상은 업종 PER이 10.08인데, 회사의 PER은 5.80으로 저평가된 기업이다. 락앤락도 최근 마진율이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2021년까지만 해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12%의 수익성을 보인 회사다.

제이시스메디칼은 ROE 28.44%로 동종 업계에서 독보적인 수익성을 보이는 곳이다. 커넥트웨이브도 영업이익률 7.93%로 동종 업계에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자진상폐를 추진하는 회사 대다수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그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기업인데 공시와 주주제안 부담으로 그런 결정을 한 것 같아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한국 주식시장은 1956년 처음 개설됐다. 당시 정부는 기업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거나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혜택과 상장된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 소득에 대해 대주주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상장된 주식을 자녀나 가족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세금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도 있었다.

이는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도록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를 증식할 기회를 일반 국민에게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기업들로 하여금 자본시장을 통해 거액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해 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50여 년간 이런 목적은 잘 달성돼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수는 2300개에 이르렀다. 물론 그중에 없어져도 아쉽지 않은 기업도 있지만 꼭 남아 있었으면 하는 기업이 없어지는 것은 주식시장을 처음 개설했을 때의 취지를 잃는 것이다.

상장 기업 중 일부는 높은 수익을 내면서도 배당을 하지 않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채찍을 대면 쉽게 주식시장을 떠난다. 오히려 과거와 같은 당근으로 대주주도 소액주주도 윈윈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 배당이 불리하지 않도록 배당소득세를 낮추고,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상속세를 더 감면해주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부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을 이용해 전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고 또 많은 기업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면 20대가 백수가 아니라 온 국민이 백수가 되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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