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롯데헬스케어를 정리하는 대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밝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바이오 역량을 ‘올인’하기로 했다.
9일 바이오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한 달여간 비상경영체제를 거치며 롯데헬스케어 사업을 접고, 롯데헬스케어가 투자한 바이오 기업 지분 정리 작업에 들어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헬스케어의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사업은 정리하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롯데웰푸드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는 2022년 4월 롯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주로 선보였다. 하지만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까지 겹쳤다. 지난해 롯데헬스케어는 매출 8억원, 영업손실 229억원을 기록했다.
CDMO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 사업 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6월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1년 만에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22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함에 따라 CDMO 사업 전망 자체는 밝은 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해 인천 송도에 36만L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에도 생산시설을 확보해 한국과 미국 제약사를 모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준비 중이다. 미국의 대중국 바이오 규제인 ‘생물보안법’이 미국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남정민/하지은/양지윤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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