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이 초저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에 처음 입점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뷰티 채널 강자로 부상한 다이소에서 저가 세컨드 라인 제품을 선보이며 10·20대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올해 2분기 어닝쇼크를 낸 아모레퍼시픽이 저가 화장품 시장 진출을 계기로 실적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킨케어 브랜드인 ‘마몽드’의 세컨드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론칭해 다이소에서 판매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입점 제품은 스킨토너, 앰플, 수분크림, 클렌징폼 등 여덟 가지 기초 화장품이다. 가격은 개당 1000~5000원이다.
마몽드는 아모레퍼시픽이 1991년 선보인 장수 브랜드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편집 매장인 아리따움과 온라인 자사몰에서만 판매해 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세계 소비시장은 초고가와 초저가로 양극화하는 추세”라며 “다이소에서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발판 삼아 급성장 중인 초저가 화장품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당 500~5000원의 상품을 파는 다이소는 고물가와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이 심화하면서 새로운 화장품 쇼핑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다이소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는 50여 개, 취급 상품은 350여 종에 달한다. VT코스메틱의 ‘리들샷’ 앰플 시리즈와 메디필 ‘엑스트라 슈퍼 9 플러스 랩핑 마스크’ 등은 품절 대란을 빚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4월 다이소에서 기초 화장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토니모리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었다.
다이소의 화장품 부문 매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2021년 52%이던 화장품 부문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85%로 뛰었다.
한 대형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뷰티 멀티숍과 균일가 생활용품점이 취급하는 물품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요즘엔 가격 경쟁력이 성패를 가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7월 다이소 전용 ‘케어존’ 라인을 선보였다.
아리따움과 자사 온라인몰에서만 제품을 판매해 온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판매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CJ올리브영, 다이소 같은 가성비 상품이 많은 전문 판매점에 소비자가 몰려 자체 유통 채널 운영만으로는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워졌다. 지난 5월엔 고가 라인인 ‘설화수’를 CJ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5조5801억원에서 지난해 3조6740억원으로 34.2%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78억원에서 1082억원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올해 2분기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5% 줄어든 4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694억원)를 94% 밑돈 어닝쇼크였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저가 제품군을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키느냐가 실적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모레퍼시픽 저가 제품군이 많지 않은 데다 멀티숍에서 잘나가는 중소 브랜드 제품이 워낙 많아 실적 개선세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