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그냥 빨리 보고 싶어요.”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4) 결승이 열린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 4. 풀세트 접전 끝에 세계랭킹 1위 완차이 차이웃(태국)을 꺾은 김영건(40)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아내였다. 그는 “2021년 1월 결혼했는데 도쿄대회 준비로 내내 합숙 훈련을 해야 했다”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는 약속을 이제야 지켰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김영건은 차이웃을 세트 점수 3-2(6-11 11-9 11-7 9-11 11-5)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04 아테네 패럴림픽 때부터 금메달을 수확한 김영건은 다섯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패럴림픽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공동 2위에 올랐다.
그는 13세이던 1997년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척수염을 앓았고, 더는 일어서지 못했다. 16세 때 장애인복지관에서 탁구를 시작한 그는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패럴림픽이던 2004 아테네 패럴림픽 탁구 개인 단식과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깜짝 2관왕’에 올랐다.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도 개인 단식에서 금메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선 남자 단체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단식과 단체전 모두 은메달을 땄지만 아내에게 약속한 금메달을 놓쳐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금메달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영건은 지난 4월 어깨 탈구 증상에 시달렸고,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장 파열로 고생하기도 했다. 김영건은 “당시 수혈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감독님과 의무팀, 과학지원팀 등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5개, 종합순위 20위로 처음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을 배출하는 겹경사도 맞았다. 장애인 귀화 1호 패럴림피언 원유민(36)은 파리 패럴림픽 대회 기간인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참가 선수를 대상으로 치러진 투표에서 총 296표를 받아 입후보한 25명 중 네 번째로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상위 6명까지 뽑히는 선수 위원이 됐다. IPC 선수위원은 선수를 대표해 세계 장애인 체육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소리를 낸다. 임기는 4년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