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은 화재에 취약한 공간이다. 소방차 등 대형 장비가 들어가기 어려운 데다 가스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서다. 정부가 6일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에서 모든 신축 건물 지하주차장에 화재 발생 시 감지·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이유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은 수시로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화재 감지기·스프링클러 헤드 교체 등 성능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신축 건물 등을 대상으로 화재감지기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의무 설치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발표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출입 금지나 충전량 제한 등은 이번 정부 대책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에는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기차 화재 발생 후 지상으로 충전기를 옮기자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를 중장기 검토 과제로 넘긴 것이다.
정부는 2022년 1월 28일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은 내년 1월부터 전체 주차 면적의 2% 이상을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로 만들도록 한 규정의 시행 시점을 1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123만 기로 늘리려던 정부 목표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일련의 대책이 전기차 확산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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