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무대였던 모바일게임 시장이 위태롭다.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 상위 5위권 내에 국산 게임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모바일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 모바일게임 1~5위에 국산 게임은 없었다. 중국 텐센트의 핀란드 게임 자회사인 슈퍼셀이 개발한 브롤스타즈가 MAU 207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로블록스(180만명), 로얄 매치(154만명), 전략적 팀 전투(140만명), 마인크래프트(97만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산 게임은 111퍼센트가 만든 운빨존많겜(96만명)의 MAU가 6위로 가장 많았다.
매출 규모에서도 국산 게임이 확연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달 매출이 가장 많았던 게임은 매출 추정치 430억원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었다.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7월 출시한 로드나인이 226억원으로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했다. 2·4·5위는 모두 중국 게임이었다. 라스트워(382억원), WOS(207억원), ‘AFK: 새로운 여정(203억원)’ 등이 카카오게임즈의 오딘(172억원), 엔씨소프트 리니지W(90억원) 등을 뒤로 밀어냈다.
이용자 수뿐 아니라 매출 규모에서도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국내 게임사는 그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에 집중해왔다. MMORPG는 상대적으로 이용자 수가 적지만 이용자 당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장르다. 매출 2·4·5위를 기록한 중국 게임들은 전략 시뮬레이션, 방치형 등으로 MMORPG 외 장르를 파고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장르 다각화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곁들여 이용자 저변 확대와 매출 증대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중국 게임이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21~25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인 ‘게임스컴 2024’에선 중국 게임인 원신이 ‘최고 모바일게임 상’을 받았다. 국산 게임은 3종이 수상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게임사이언스가 지난달 20일 출시한 콘솔·PC 게임인 ‘검은 신화: 오공’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최대 동시접속자 수 약 242만명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의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2018년 기록했던 325만명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