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관리 책임 부여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연구원 등과 ‘금융사 운영위험 관리강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운영위험은 금융사의 잘못된 절차, 시스템뿐만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손실까지 포함한다. 비금융 위험도 금융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나온 개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운영위험 순손실금액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등을 계기로 2023년 837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8726억원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최근 티메프 미정산 사태, 카카오페이 정보 유출 사태 등을 비금융사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빅테크, e커머스 등 비금융사가 금융업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은행·보험 등 전통 금융사에 집중하는 기존 규제 체계가 한계에 부딪혔다”며 “관리체계를 보완해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를 통한 간접 규제 체계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업권별 세부 방안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보험사에는 제휴한 법인보험대리점(GA)의 판매 실태 등에 따라 요구 자본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리가 미흡한 회사엔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카드회사에는 티메프 사태에서 논란이 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관리 책임을 부여한다. 카드사가 PG사의 결제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전자금융업무를 수행하는 424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IT 위탁·제휴 현황도 수집한다. 금융업무가 집중된 업체를 선별해 IT 운영 실태와 안전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직접 규제는 신중 검토”
문제는 금감원이 비금융사를 직접 규제하는 방안까지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금융당국에 비금융사 정보 접근권과 직접 조사권을 부여한 독일 사례가 이날 회의에서 거론됐다.산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접 규제가 현실화하면 금융당국이 사고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비금융사의 경영활동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어서다. 가령 금융당국이 e커머스의 파산 위험성을 확인하겠다며 직접 조사에 나서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협업이 쉽지 않아질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모든 활동을 일일이 살펴본다면 제재 등을 우려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티메프 사태, 카카오페이 정보 유출 등 감독 실패를 계기로 규제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세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특정 회사의 문제를 업권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직접 규제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고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했다.
최한종/조미현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