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보다 싸게 해준다고 하고 실제 샘플도 보내줘서 믿었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어요." (서강대 학생회 관계자 A씨)
대학생들을 표적으로 한 ‘과잠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학생들은 과잠 업체에 제작을 맡겼다가 수개월 간 상품이 배송되지 않았고 환불도 받지 못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북부경찰서는 J제작업체 대표 20대 이모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씨는 대학생들에게 과 잠바 주문을 받은 후 상품을 보내주지 않고 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J업체는 대학교 개강 시기인 이번해 2~3월께 학생들로부터 과 잠바 대량 주문을 받은 뒤 수개월 간 제작과 배송을 지연시켰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학생들이 주문 취소 및 환불을 요구하자 돈을 보내지 않고 잠적했다. 피해 대학인 서강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정당한 사유 없이 두 달가량 배송이 지연됐다"며 "J업체 측에서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지난 7월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에 따르면 해당 단과대에서 피해 인원은 207명, 피해 금액은 1050만원에 달한다.
학생들은 '타 업체보다 싸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학생회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으로 J업체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며 "우리와 1년동안 제휴를 맺으면 과 잠바와 굿즈 제작 등을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해주겠다며 현혹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피해가 확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최대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 대학 말고도 전국적으로 피해 대학이 여러 곳"이라고 귀띔했다. 중앙대 경제경영대 학생회도 발송 지연과 환불 등을 이유로 해당 업체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 6월 접수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문제는 이 업체가 사실상 실체가 없음에도 과잠 제작 업체인 척 가장해 사기를 벌였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는 삭제됐고, 구매 후기글 등 흔적을 온라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중앙대 경제경영대 학생회는 "업체에 대금을 보낸 이후 연락 속도가 느려졌고 발주 넣은 공장 사진을 요청했으나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해액이 소액임에도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위가 엄연히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잠바를 만들어서 공급할 의지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잠바를 제작해 공급할 기술이나 재력이 없었음에도 주문을 받았다면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다빈/안정훈 기자 davinc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