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방한 중인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을 잇따라 만나 양국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미일 3국 경제대화 모임 참석을 계기로 미국 대표단 등과 경제 발전과 상호 이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미 연방 상원의원단,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과 만나 한미 양국 기업의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을 비롯해 존 튠(사우스다코타), 댄 설리번(알래스카), 케이트 브릿(앨라배마), 에릭 슈미트(미주리·이상 공화당),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개리 피터스(미시건·이상 민주당) 의원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이 배석했다.
이 회장은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글로벌 경제 현안, 미국 산업 정책과 투자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해왔다.
2021년 미국 출장 시에는 백악관, 미 의회 핵심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최근 프랑스 출장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 참석해 각국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들과 글로벌 경제 현안, 미래 기술 트렌드, 상호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동이 이뤄진 승지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고 이병철 창업자로부터 물려받은 주택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 회동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세계적인 정·재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대규모 사업 협력 등 빅딜 결정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이번 승지원 회동을 계기로 삼성의 미래 신사업 발굴,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미국 상원의원 7명을 만나 양국 경제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고 SK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주요 사업을 소개하고 SK가 양국 발전에 포괄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그룹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양국의 인공지능(AI) 리더십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의 에너지 사업 또한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배터리를 포함한 에너지 사업은 경제는 물론 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해 경제협력과 상호 이익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TED는 한미일 3국 정·재계 주요 리더들이 모여 민주주의와 공동 번영을 위한 다각적인 기회를 발굴하고,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를 포함해 포괄적인 상호 이익 확대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정책 세미나다. 현대차그룹은 이 세미나를 후원하고 있다.
이번 모임에는 정 회장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홍범식 LG 사장 등 국내 경제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현대차 사장단도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공화당),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민주당) 등 미 의회의 중진 상원의원을 포함한 연방 상원의원 7명과 모건 오테이거스 전 미 국무부 대변인,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비롯해 반도체 기업 퀄컴 알렉스 로저스 사장, 에너지 기업 콘티넨탈 리소시스의 해롤드 햄 설립자 겸 이사장 등 기업인도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요타, 덴소, NEC, NTT 대표 등이 자리했다.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3국이 경제, 외교, 전략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한미일 경제대화를 후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에도 한미일 3국의 경제·문화적 유대 지속에 기여하기 위해 글로벌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