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고 전기차 시세가 급락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일부 모델을 위주로 시세가 올렸다.
중고차 플랫폼 '첫차'가 지난달 거래량이 많았던 전기·하이브리드 중고차 20종을 선정해 출고 6년 이내, 10만 km 이하 주행거리를 보유한 매물의 시세를 분석한 결과, 기아 쏘울 EV를 제외한 전 모델의 시세가 하락했다.
화재 사건을 계기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밝혀진 EQE 350+ 모델의 경우, 2023년식 기준 현재 최저 5790만원부터 최대 6800만원 사이에서 중고 시세를 형성했다. 1억 380만 원에 달하는 신차 가격과 비교하면 출고 이후 1년 만에 44% 급락한 것이다.
중국 CATL 배터리를 적용한 2021년식 EQA 250 또한 전월 대비 2.7% 하락했으며, 신차 가격 대비 하락 폭은 31%에 달했다.
반면 SK온 배터리를 장착한 제네시스 전기차는 중고차 가격 방어력이 가장 높았다. 순수 전기차 전용 모델인 GV60 스탠다드 2WD는 최저 4390만 원부터 시작하며, 신차 가격과 비교 시 차이가 작다.
G80의 전기차 버전인 일렉트릭파이드 G80은 신차 대비 31% 저렴한 5449만 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전월 대비 9.7% 떨어져 가파른 하락 폭을 그렸다.
중고 전기차 중 가장 수요가 높은 테슬라 모델 3는 2021년식 롱 레인지 기준 전월 대비 6% 떨어졌다. 모델 Y 롱 레인지도 4.7% 떨어져 최저 4340만 원에서 5049만 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 모델 Y의 경우 7월부터 신차 가격이 300만 원 인하되면서 중고차 시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브리드차량 가격은 모델별로 다른 경향을 보였다.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은 기아 쏘렌토 4세대(MQ4) HEV 1.6 2WD 시그니처는 전월 대비 5.6% 오르며 평균 시세가 200만 원 가까이 상승했다. 더 뉴 그랜저 IG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전월 대비 2.6% 올랐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역시 중고 시세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19년식 렉서스 ES 7세대 300h 럭셔리 플러스는 전월 대비 1.9% 올랐다. 신차 대비 39% 저렴해 최저 3799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출고 이후 5년이 지난 수입차 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방어가 준수한 편이다. BMW 5시리즈 7세대 530e M스포츠는 4.4% 가량 시세가 대폭 올랐다.
첫차 관계자는 "9월 중고 전기차 시세는 대부분 떨어졌지만, 당분간 수요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