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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씩 일하고 월 1000만원 벌어요"…부업으로 대박 난 비결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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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 유통사에서 일하다 전자책 편집에 빠졌습니다. 지면의 활자를 디지털 속에서 최대한 그대로 구현하는 일에 반했죠. 그러다 직접 사업에 도전해보자며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감을 따내려고 하니 출혈 경쟁이 심하더군요. 첫 6개월 동안은 한 달에 1~2권 정도밖에 작업을 못 했어요. 사실 3권 정도는 만들어야 월 1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는데, 턱없이 모자랐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퀄리티는 높이되 제값을 받자'는 생각으로 버텼더니 입소문이 나더군요. 이제는 한 달에 1000만원가량 법니다. (웃음)"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 시장이 뜨겁다. 그의 종이책은 6일 만에 103만부가 팔렸고, 전자책까지 합하면 총 110만부 이상 판매가 됐다. 베스트셀러와 같은 다양한 종이책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주는 편집자가 있다. 소설책부터 동화 경제 서적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책들의 종류만 1200가지에 달한다. 전자책 전문 편집자 박웅영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전자책 전문 편집자 박웅영(47)입니다. 출판사가 만든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편집일을 하고 있죠. 10여년간 대형 서점 유통사에서 일했어요. 주로 온라인 쪽에서 종이책 MD로 일했죠. 그러다 플랫폼 기획 업무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자책 기획에도 참여하게 됐고,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죠. 2017년부터 사업자를 내고 전자책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전자책에도 편집이 필요한가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출판업계에서는 전자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기존 종이책을 단순히 텍스트 파일만 추출하거나 PDF 파일로 올리는 정도였죠. 문제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볼 때 글씨가 너무 작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용을 적게 들이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고 구매자들의 불만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 교보문고가 처음으로 이펍(ePub)이라는 포맷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이펍은 종이책의 편집 요소를 그대로 전자책에 옮겨올 수 있는 포맷이에요. 글꼴 색깔, 박스 처리 등 더 예쁘게 말하자면 포장이 가능하니 가독성도 높일 수 있죠."



Q. 전자책과 종이책의 편집상 차이점이 있나요.
"전자책을 만들 때 목표는 종이책과 최대한 똑같이 편집하는 거예요. 종이책의 느낌을 그대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물론 종이와 디스플레이의 물성 차이 때문에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특히 디자인 면에서는 테두리나 글씨체 같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죠. 이 작업을 할 때는 출판사 편집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요. 그 과정에서 편집자들의 만족도도 높죠. 종이책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잘 구현된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Q. 독서 경험이 작업의 노하우라고요.
"원래 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한때는 2000권 정도의 책을 수집하기도 했죠. 그런데 전자책으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책을 모으고 싶은 욕심이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월평균 3권 정도 책을 읽는데 종이책은 1년에 2~3권 정도 사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책을 안 읽는 시대'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전자책 덕분에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고 생각해요. 종이책은 여러 제약 조건이 있죠. 예를 들어, 아침 출근길에 서서 종이책을 읽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전자책은 스마트폰이나 전용 단말기를 이용하면 잠깐 시간 날 때마다 읽을 수 있어요. 이렇게 틈틈이 읽다 보니, 독서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어요.

저는 전자책이냐 종이책이냐를 구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저 책일 뿐이죠. 사실 책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어요. 양피지로 쓰던 책에서 대나무나 나무로 만든 죽간, 그리고 종이책까지 변화를 겪었듯이, 전자책도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Q. 초기에 고충이 있었다고요.
"업계에서 쌓은 경력과 인맥이 있다고 스스로 조금 자만했던 것 같아요. 독립하면 많은 사람이 일감을 맡기겠지 생각했죠. (웃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많은 출판사가 '전자책은 싸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했어요. 스스로 '품질은 높이되 단가는 낮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더니, 첫 6개월 동안은 한 달에 1~2권 정도밖에 작업을 못 했어요. 사실 3권 정도는 만들어야 월 1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는데, 매출 규모가 너무 작더라고요. 그때 현실의 벽을 실감했죠."

Q. AI 관련 기획업무를 병행하셨다고요.
"지인 중에 챗봇 기획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엔 3개월짜리 단기성 프로젝트였죠. 일단 당분간 안정적인 수입을 갖추자는 생각을 했어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프로젝트로 연결이 돼서 3년간 병행하게 됐죠. 그러면서도 퇴근 후에는 계속해서 출판사와 접촉하면서 전자책 관련 일감을 받았어요. 출판사 일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결국 안정적인 수입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전자책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어요."

Q. 3년 전부터 전업으로 전자책 제작만 하신다고요.
"2018년 한 출판사의 편집자로부터 의뢰받았어요. 기존 전자책 품질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했죠. 1종당 10~20만원 정도의 단가가 일반적이었는데, 저는 30만원을 불렀습니다. 높은 단가에 고개를 저었다가 한번 결과물을 보더니 만족하더군요. 한 달에 3~4종, 많으면 6종까지 고정적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죠. 그렇게 저만의 단골 편집자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현재 12개의 출판사에서 매달 약 20종 정도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웃음)"



Q. 출판도 성수기가 있다고요.
"정부 출판진흥원 제작 지원 사업이 10월에 발표 됩니다. 대량의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죠. 많으면 한 달에 40종까지 만드는데 매출이 1000만원이 넘기도 하죠. 반면, 7월 말에서 8월 초는 인쇄소와 출판사들이 휴가 시즌이기 때문에 제작 물량이 적어요. 상반기에는 개학 시즌인 3~5월도 출판 성수기입니다. 아무래도 서점을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이때 책들을 집중적으로 내놓죠. 장르별로는 소설 같은 경우는 텍스트 위주라 제작하기가 비교적 쉬워요. 하지만 아동서적은 그림이 많아서 훨씬 까다롭죠. 예술 서적도 마찬가지고요. 도표가 많이 들어가는 경제 서적이나 자기 계발 서적은 제작 난도가 높습니다."

Q. 전자책 시장은 최근 어떤가요.
"아직 종이책 시장이 압도적이긴 해요. 하지만 전자책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죠.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보면, 전자책 시장이 이제 10% 정도까지 올라온 상태예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 수준이었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전자책 수요가 거의 2배 정도 늘었어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자책을 찾게 된 것 같아요."

Q. 최근 들어 장르물이 르네상스라고요.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장르물 시장이 정말 크게 성장했어요.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는 유료 구독 플랫폼인데, 이쪽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시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종이책 시장의 50%를 차지하거나, 이미 종이책 시장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2022년 웹소설 시장 매출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도 나왔죠.

작년부터는 이 분야에서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장르 쪽은 그냥 텍스트만 흘리는 단순한 작업이었는데, 이제는 장르물 특성상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 대화 같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요. 출판사에서는 카톡 대화 화면을 그대로 구현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요. 문자 메시지나 웹 검색 화면 같은 것도 포함되고, 심지어 카톡의 '읽은 표시' 색깔까지 똑같이 재현해달라고 하죠. 시장이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진화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웃음)"



Q. 디지털 편집자 업계 상황은 어떤가요.
"예전에 대형 제작 업체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어요. 몇 군데만 남아 있는 상황이죠. 단가 경쟁하다 보니, 결국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급여를 지급하려면 그 이상의 제작을 해야 하는데, 베테랑 제작자들도 한 달에 50종 이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업체가 유지가 안 되는 거예요. 프리랜서들도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전자책 시장 자체가 절대적으로 작은 틈새시장입니다."

Q. 월 수익이 궁금합니다.
"2023년엔 월평균 21권 정도의 전자책을 제작했어요. 특히 일이 많았던 10월에는 38종을 제작하기도 해 1000만원을 훌쩍 넘겼죠. 최근에는 제작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돼 작업 속도가 더 빨라졌어요. 일이 몰릴 때는 하루에 3종까지 만들어야 할 때도 있어서,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평소에는 하루 5~6시간 정도만 일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해서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종 정도의 전자책을 제작하고 있죠. 보통 3주 정도 일하고 1주는 쉬면서,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제주도 같은 여행지에서 일을 하거나 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고 해요."

Q.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요.
"전자책 편집은 사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기술과 비슷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점이죠. 책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제대로 편집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웹 개발을 하던 분들이 전자책 쪽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요. 웹 편집과 책 편집은 결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 독자들에게 불편한 디자인이 나오는 경우도 있죠. 웹 기술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책이라는 속성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게 필수예요.

전자책 편집은 종이책 편집과 매우 비슷해요. 디자인 측면에서는 웹 기술을 잘 알고 있으면 기본적인 작업은 어렵지 않지만, 책에서는 자간, 여백, 본문 첨자, 주석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해요. 글자 크기나 픽셀 단위의 정밀한 작업도 필요하죠. 웹 편집에서는 이런 세부 요소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책에서는 줄 간격과 문단 간격, 그리고 글꼴에 따른 가독성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책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야 빠르고 정확하게 편집할 수 있어요. 사실 어떤 책이든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니까요.

종이책에서는 인쇄상의 이유로 짝수 페이지와 홀수 페이지가 구분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장이 시작할 때는 대부분 오른쪽 페이지에서 시작해야 하는 규칙이 있죠. 삽지도 종이책에선 필요하지만, 전자책에서는 그런 부분이 불필요해요. 이런 세세한 차이를 이해하고 작업해야 하죠."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실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해요. 단가를 낮추면 수익이 적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 직업의 장점은,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부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한 달에 3권만 제작해도 100만 원의 부수입을 낼 수 있거든요. 처음엔 부업으로 경험을 쌓은 후에 전업으로 전환할 수 있어요. 한 달에 30종을 제작하면 매출이 1,000만 원까지도 올라가요. 게다가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100% 수익이라고 할 수 있죠. 급여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또 이 일의 장점 중 하나는 시간상으로 유연하고, 공간적인 자유가 있다는 점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10월에 바쁜 시기에도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죠.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공간적 제약에 얽매이기 싫은 분들에게는 큰 장점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아요. 제 경우에도 고정 일감을 확보하기까지 3년이 걸렸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엔 어려울 수 있지만, 실력을 꾸준히 쌓고 준비한다면 아주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웃음)"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찾는 '프로 N잡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책 <나는 회사 밖에서 월급보다 많이 법니다>는 서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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