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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반도체 거인' 인텔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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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세계 반도체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온 기업이다. 1950~1960년대 반도체산업을 개척하고 실리콘밸리 시대를 연 쇼클리반도체연구소와 페어차일드반도체가 인텔의 출발점이다. 두 회사를 차례로 함께 뛰쳐나온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앤디 그로브와 손잡고 1968년 세운 회사가 인텔이다. 세 사람은 차례로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인텔(Intel)이라는 사명의 뜻은 ‘집적 전자공학(Integrated Electronics)’이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탄생할 수 있었던 토대다. 1972년 세계 최초로 D램을 내놨으며 일본 반도체업체의 도전이 거세지자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윈텔(윈도+인텔) 동맹을 맺고 ‘인텔 인사이드’라는 슬로건으로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반도체기업 매출 1위를 지켰다.

그런 인텔이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 지난해엔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올 들어선 영업손실이 1분기 11억달러, 2분기 16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손실은 1분기 25억달러, 2분기 28억달러로 ‘밑 빠진 독’이 됐다. 올 들어 주가가 60%가량 떨어졌으며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것도 모자라 파운드리 부문 매각 얘기까지 나온다.

인텔의 추락은 과거에 안주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 마케팅, 재무 출신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기술 개발을 등한시한 것도 한몫했다. 기술 전문가인 팻 겔싱어가 2021년 CEO에 올라 첨단 반도체 공정인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내부 역량이 따라주지 못했다. 삼성조차 버거워하는 대만 TSMC의 아성은 너무나 견고했다. 파운드리 투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인텔이 재기하지 못한다면 경영학자들이 실패학의 한 장을 쓸 수도 있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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