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전후 처음으로 주의회선거에서 압승했다. 강경 우파 정당인 AfD가 튀링겐주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통일 후 30여 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깊은 동·서독 갈등이 AfD를 주류 정치에 입성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ZDF에 따르면 AfD는 튀링겐주의회 선거에서 32.8% 득표율로 제1당에 올랐다.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CDU·23.6%)을 크게 앞선 수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강경우파 정당이 주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첫 사례다. 같은 날 치러진 작센주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30.6%의 득표율로 기존 제1당인 CDU(31.9%)에 불과 1.3%포인트 뒤졌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선거 결과를 두고 “역사적 성공”이라며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보다 더 강력한 결과이고, 우리는 이번 선거 이후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티노 크루팔라 AfD 공동대표도 “두 주 모두 정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AfD가 강세를 보인 이유를 옛 동독 지역의 경제적 낙후에서 찾았다. 서독과의 경제적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좌절, 분노가 우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옛 동독 지역에서 AfD의 부상은 소득, 고용, 생활 수준의 지속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 투표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독지역 주민의 약 19%가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며 “이는 서독의 두 배”라고 했다.
선거 직전인 지난달 23일 독일 서부 소도시 졸링겐의 지역축제 행사장에서 시리아 출신 이민자가 벌인 흉기 테러로 세 명이 사망한 사건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졸링겐 사건이 반(反)이민 기조의 AfD 득표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은 이번 선거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치며 참패했다. 숄츠 총리가 속한 SPD는 6.1%, 녹색당 3.2%, 자유민주당(FDP)은 1.1%를 얻었다.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는 정당들이 일제히 한 자릿수의 저조한 득표율을 나타냈다. 숄츠 총리는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쓰라리다”며 주류 정당들은 ‘우익 극단주의자’를 제외한 주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