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인 진종오 의원(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청년들의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 젊은 층이 원하는 정책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림픽 스타이자 사격 선수 출신인 진 최고위원은 22대 국회에 비례 대표로 첫 입성, 지난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진 최고위원은 정치에서 청년 참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입법을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청년 기본법 개정안'이다. 정부 19개 중앙행정부처에 청년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청년 위원 15인을 위촉해 청년세대의 의견을 정책에 직접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현재도 청년정책위원회가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위로 잘 전달되지 않는 게 맹점"이라며 "모든 정부 부처가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바로 반영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의한 법안인 '우울증 갤러리형 범죄 예방법'(정보통신망법 등 일부개정안)에도 청소년 대상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를 포함시켰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청소년 대상 디지털 범죄예방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청소년 대상 범죄 예방과 감시 의무를 부과했다. 진 의원은 "성장하는 젊은 이들이 다크웹 등에서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해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진 최고위원은 친정인 체육계의 변화를 위한 역할도 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파리 올림픽 이후 의원 자격으로 체육계 비리 신고 센터를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진 최고위원은 "개설 한 지 열흘 만에 30건이 넘는 제보가 쏟아졌다"며 "편파 판정, 낙하산 인사 등 체육계 기득권을 중심으로 한 고질적 병폐들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층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든 건 우리들의 잘못"이라며 "젊은 마인드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정치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진 최고위원과의 1문 1답.
▶청년최고위원으로서, 정치권에 입성한 뒤 느낀 점은"청년들이 너무 정치에 관심이 없다.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반영되지 않으니 점점 더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그들만의 리그'에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청년들의 개인 주의 성향은 강해지고, 청년들이 주도하는 범죄까지 늘면서 사회적으로 혼돈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1호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발의했는데"청년들의 제안이 과연 국회까지 올 수 있나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각 정부 부처마다 청년의 목소리를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실제 법제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현행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각 정부 부처마다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모든 정부 부처에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견 청취가 더 쉬워질 수 있다."
▶청년들은 보수 정당과 정책에는 특히 무관심하지 않나 "구태 정치에 대한 실망도 있을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사고 방식을 바꿔야할 부분도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하는데, 가르치고 훈계하듯 했다. 보수 정당이 청년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주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청년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구상 중인가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다.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정착됐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탄력 및 유연 근무를 확대했으면 좋겠다. 문제가 없는 선에서는 재택 근무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 단점도 있겠지만,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민해 볼만 하다."
▶'우울증 갤러리형 범죄 예방법'도 발의했다"한참 성장해야 할 청년들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갤러리 같은 곳을 보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인도되는 청년들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청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숙지하고, 더 책임을 갖게 만들자는 것이다. 최근 웹 상에는 익명성에 기댄 범죄, 딥페이크 범죄 등도 판치고 있다. 이런 범죄들을 줄이려면 서비스 운영자들의 책임도 더 커져야 한다."
▶올림픽 이후 체육계 비리 신고센터를 개설했는데 현재 운영 상황은"개설 약 열흘 만에 30건이 넘는 제보가 쏟아졌다. 가장 많은 제보는 주로 편파 판정이고, 그 당므은 낙하산 인사 및 채용 비리다. 예전 보다는 줄었지만 언어 폭행 등도 비일비재하다. 기존에 스포츠 윤리센터나 대한체육회 등도 이런 문제를 보고 있지만, 증거가 확보돼야 진행을 한다. 그렇다 보니 젊은 선수들이 점점 위축되고 입을 닫는다.
안세영 선수(배드민턴)도 처음에는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점점 침묵하지 않았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들을 생각하다 보면 선수들은 겁을 먹게 된다. 체육계에 몸 담으면서 각종 사건 사고를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이런 점을 해결해주고 싶었고, 노력하고 있다."
▶몸 담아 본 입장으로서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점은 "기득권 문제다. 어떤 종목 단체는 학연으로만 모든 임원진이 꾸려질 정도로 편향이 심하다. 이런 부분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협회 대의원이나 이사진을 구성할 경우 인맥 등을 통한 편향이 없도록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정감사 때 몇 가지 지적할 문제들이 있다. 대한축구협회 등에서 증인을 불러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다."
▶사격 선수 출신으로서 도검법 강화 법안을 낸 이유는 "일본도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총을 소지하려면 정신 감정을 받고, 마약류 검사에서 문제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칼이나 도끼 등 무기는 이런 규제가 너무나 적어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허가를 통해 도검을 매개로 한 범죄 가능성을 줄이자는 취지다."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에 관심이 없게 만든 건 우리의 잘못이다.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목소리가 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국회의원으로서 권위 의식 없이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와 보수 정당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글=정소람/박주연/사진=임형택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