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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몰래 신용대출로 주식했는데…코오롱ENP 개미 한숨[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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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식 투자 경력 18년 1개월의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편집자주>



“아내 몰래 신용대출을 100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저평가 된 기업이라 판단해 코오롱ENP를 풀매수했는데 두 달도 안 돼 마이너스 10%네요. 대출 이자는 어떻게 감당하고 아내에게 또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갑갑하네요.”

30대 직장인 유 모씨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2019년 주식 투자를 시작해 2년간 수익을 맛보다가 2022년부터 ‘주식의 쓴맛’을 보고 있다.



유 씨는 코오롱ENP 투자 배경에 대해 “내열성이 필요한 전기차 소재 뿐만 아니라 다용도 고부가 소재로 활용되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매력적인 사업 영역으로 화학산업이 부진한데도 선방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며 “최근 의료용 폴리옥시메틸렌(POM) 시장에도 진출해 사업 전망이 밝아 매수하게 됐다”고 답했다.




본인 나름의 공부로 투자를 했지만 지난달 첫 매수(8월 2일 6940원 1500주 매수) 후 10.66% 손실이다. 그는 화학 섹터 전반이 무너진 것 같아 지난달 13일 600주 정도 손절했다. 현재 그의 잔고엔 6940원에 산 900주가 남아있다. 유 씨는 “3년간 최저가 행진 중이라 바닥이 어디인지 정말 모르겠다”며 “부채비율·자본유보율 등 재무제표가 안정적인데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남들에겐 작은 돈일 수 있지만 제겐 정말 피 같은 돈이다”며 “신용대출을 더 받아 물타기(주식 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 매수)’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손절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5대 엔지니어링플라스틱 판매…세계 시장 규모 2027년 1409억弗
유 씨가 투자한 코오롱ENP는 1996년 3월 설립돼 5대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중 폴리옥시메틸렌(POM), 폴리아미드(PA6, 66) 및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TPC-ET, PET, PP-LFT, M-PPO를 비롯해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인 PPS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전문기업이다. 2011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기계적 성질과 강도, 내열성 등이 매우 우수하고 부품이 요구하는 다양한 특수 성질을 보유해 자동차, 전기 전자제품, 생활용품 및 산업용품 등의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다. 예를 들면 차세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이 붙지 않는 난연 소재, 열을 방출하는 방열 소재, 고전압 전류가 안전하게 충전되는 고압 충전·커넥터용 소재, 경량화 소재 등이 개발되어야 하며 수소차에도 수소탱크용 소재, 음이온 저용출 소재 등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쓰임새가 있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청소기, 전기오븐, 커피 메이커, 유모차 등에서 사용된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항공, 레저스포츠 산업 등에서 기존 금속 및 세라믹 재료를 대체하는 고강도, 고내열성, 경량 재료로 주목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2년 1072억달러에서 2027년 1409억달러로 5년간 연평균 5.6%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ENP의 기술력은 수준급이다. 전 세계에서 POM의 중합 공정 및 생산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 완성해 10t 이상 규모로 생산 중인 기업은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4개 회사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코오롱ENP다. 이 회사는 중합에서부터 컴파운드까지 전 공정에 대한 종합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기술력의 핵심은 신뢰성인데 예를 들면 안전벨트의 빨간 버튼이 POM이다. 자동차 교통사고 발생 시 안전벨트의 빨간 버튼이 안 눌러진다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제 기능과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메디컬 POM 초도공급 시작”…올해 영업이익 400억 육박 전망
코오롱ENP는 새 먹거리를 장착 중이다. 29일 회사 관계자는 “메디컬 전문 제품라인으로 M 시리즈를 런칭했으며 메디컬 업체에 소규모로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메디컬 POM 제품의 초도공급이 시작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회사 수익성과 메디컬 분야의 추가 용도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메디컬 시장은 POM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또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시장은 선진 고객사들로부터 엄격한 수준의 친환경 요구를 받고 있어 ‘ECO’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전 과정 평가를 실시해 기존보다 환경 영향이 낮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POM 사업의 경우 “도시 고형 폐기물을 원료로 한 ‘ECO-B’ POM(Bio)을 2021년 국내 최초로 런칭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고,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낮춘 ‘ECO-LC’ POM(Low Carbon)까지 제품 파리프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고 했다.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원료로 한 ‘ECO-E’ POM(Electlified)도 개발 중이다.

컴파운드 사업도 바다에 버려져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폐어망과 폐로프를 재활용하거나 2026년부터 양산될 EU ELV(폐차처리지침) 적합 차종 대응에 맞춰 폐에어백을 재활용해 생산한 ‘ECO-R’ 나일론제품을 적극 활용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순환경제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 개발이 수익성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최근 5년간 실적은 안정적이다. 2019년 매출 3303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4562억원, 영업이익 338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38.12%, 228.16%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매출 4891억원, 영업이익 397억원을 전망했다. 상반기 매출 2441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을 기록해 가능성은 높다.

총 주식 수는 3800만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지분 66.68%) 외 4인이 지분 66.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1.23%로 유통 물량은 약 30% 정도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70억원, 유형 자산 989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9.26%에 그친다.


M&A 등 사업 확장 고민…신한투자증권 “목표가 1만원”
2021년부터 배당금을 높이고 있다. 2021년 1주당 145원, 2022년 180원, 지난해 160원을 지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매년 20~40%의 배당 성향을 목표로 주주환원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 긍정 요인에 대해 “POM이라는 글로벌 소수 업체만 생산하고 있는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성격의 Base Polymer(베이스 원료)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경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이 가능한 것이 국내 화학업체와 차별화되는 점이다”고 답했다. 다만 “컴파운드 사업의 경우 Base Polymer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 소싱을 통해 공급받아 컴파운딩 공정을 통해 컴파운드 수지를 생산하고 있어 단가의 등락에 따라 수익성의 변동폭이 크다는 점 약점이다”고 덧붙였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소폭 둔화될 것이나 펀더멘탈은 여전히 견고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POM은 높은 진입 장벽에 따른 제한적인 증설 및 고부가(의료용) 비중 확대로 수익성이 재차 회복될 것이며 컴파운드는 가동률 상승 기조 속 생산 최적화를 통해 이익 기여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다”고 했다. 목표주가는 1만원을 제시했는데 현 주가 대비 61.29% 상승 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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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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