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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료 아닌 '무료 지상파 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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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의 관계는 오랜 기간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 놓여 있었다. 케이블 방송은 지상파 콘텐츠를 재송신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폭넓은 콘텐츠 접근성을 제공해 왔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에 대한 재송신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왔다. 케이블은 지상파의 실시간 채널 외에도 드라마 등 인기 콘텐츠를 케이블 가입자에게 무료 VOD, 즉 FOD(free on demand) 형태로 제공하는 상품을 운용 중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무료지만 케이블 사업자는 비싼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고 사오기 때문에 ‘무료 아닌 무료 VOD’ 상품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상파가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해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먼저 제공하고 케이블 가입자에게는 대략 3주 뒤에나 볼 수 있게 하다 보니 상품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케이블은 큰 비용을 들여 사오는 콘텐츠지만 가입자가 등을 돌린 지 오래된 이 상품을 계속해서 서비스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난 몇 년간 지상파 재송신료의 급격한 인상 요구로 케이블 방송사의 경제적 부담이 지속해서 증가했는데 서비스 만족도가 급감한 상품까지 묶어서 케이블이 구매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의 인기 콘텐츠는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VOD로 볼 수 있고, 심지어 요약본 화면이 무료로 인터넷에 떠다니는 상황이다. KBS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3주나 지난 지상파 FOD 상품을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케이블의 지상파 FOD 이용 건수는 2013년 약 1억4000만 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약 2900만 건으로 급감했다.

케이블 방송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경영 혁신을 해야 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상품에 대한 리모델링도 시급하다. 시청자 선택이 급감하는 지상파 FOD를 유료로 전환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것이다.

케이블 방송사가 지상파 FOD를 유료화하는 것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지상파도 VOD 유료 전환으로 콘텐츠의 제값을 받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유료화를 통해 콘텐츠 사용료 부담을 줄이고, 시청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데 FOD 전면 유료화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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