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30일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대해 서울을 중심으로 선호 지역 위주로 가격이 오르면서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다가오는 금리인하, 재테크 전략 어떻게 바꿀까'라는 주제로 열린 '2024 한경 재테크쇼'에 참석해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수년간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며 "한국에서 주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은 서울 내에서도 주요 지역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상승세가 서울 주변 지역으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정비사업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다수 정비사업을 단기에 추진하고 입주까지 마무리하긴 어렵다"며 "막대한 규모의 공급계획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간 구체화가 부족한 계획은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67주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임대료와 매매가는 동일한 방향성을 띤다"며 "임대료가 오르는데 집값이 내린다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번지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지역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수요가 몰리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아파트의 지난 7년간 가격 변동 추이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전고점 가격을 넘어섰지만,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는 낙폭을 일부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외곽 아파트는 시장 흐름에 따른 상승과 하락을 보이지 않고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다"며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군지·역세권 등 선호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수요자가 선호하는 강점이 있는 곳이라면 내 집 마련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