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받은 사람 있나요. 오전 5시59분 57초, 58초, 59초, 6시 정각 모두 시도해 봤는데 잘 안되네요.”
주담대를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극심한 ‘오픈런’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시중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인상하자 싼 금리를 찾아 나선 이들이 한꺼번에 일부 은행에 몰려들면서다. 직장인이 활용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출 성공 노하우와 실패담 등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면제를 내건 카카오뱅크에서는 매일 오전 대출을 받기 위한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금리를 인상한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최저금리(연 4.127%·5년 고정형 기준)는 하나(연 3.739%), 국민(연 3.85%), 신한(연 4.05%)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높은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 유일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 점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측은 대출 접수 시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객들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성공 후기 등이 온라인상에 나돌며 일반 주담대 신청은 오전 6시, 주담대 갈아타기는 오전 9시에 시작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져 나갔다.
신청 시작 시간에 맞춰 접속해도 대출에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카카오뱅크 측에서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하루 접수량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짧게는 1주일, 길게는 그 이상 매일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고객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대출 오픈런은 최근 낮은 금리를 내건 iM뱅크(옛 대구은행)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앱을 통한 대출 신청은 오전 9시에 시작돼 30분도 되지 않아 연일 마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iM뱅크는 시중은행 대비 1%포인트 낮은 대출 금리(연 3.25%)를 제공한다. 대출 시행 후 3개월간 감면 금리(0.5%포인트) 정책도 운용 중이다. 이 같은 소식에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영업점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급기야 수도권 일부 영업점에선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접수 중단 사태까지 일어났다. iM뱅크 강남영업부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가계대출 접수를 잠정 중단했다. 대출 한도는 남아 있지만, 현재 영업점 인력으로 밀려드는 신청을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iM뱅크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영업점에서 재량껏 대출 접수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뱅크 측은 최근 ‘대출 모집인’까지 늘리고 나섰다. 한 주담대 고객은 “대출 모집인과 통화 연결이 되는 것만 해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예측 불가능한 금융당국 정책에 일반 수요자만 대혼란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