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거듭 줄어들고 있다. 역전세 우려에 전세 매물이 크게 늘었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5만500건서 2만6000건으로 '반토막'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전일 기준 2만6993건을 기록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000건 규모를 유지했지만, 이후 빠르게 감소하며 2만건 중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5만5882건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규모다.서울 전역의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들자 세입자들은 매물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전세 매물을 구하려는 세입자는 많은데, 정작 대단지에서도 매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탓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태영'은 1992가구 규모 대단지이지만, 현재 이 단지에서 나온 전세 매물은 3건에 그친다. 1164가구 규모 아현동 '공덕자이'도 전세 매물이 1건 뿐이다.
대흥동 개업중개사는 "요새 전세가 무척 귀하다. 수요자들도 날짜만 맞으면 다른 조건을 크게 보지 않고 계약하는 분위기"라며 "가격도 많이 올랐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전년 대비 1억~2억원씩은 뛰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다른 개업중개사도 "전세 매물을 올리면 전화가 쏟아져 바로 계약된다"며 "올리는 족족 나가니 집주인들도 보증금을 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00가구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은빛2단지(1313가구)'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2061가구)' △동대문구 답십리동 '청솔우성(1542가구)' △성북구 석관동 '두산(1998가구)' △양천구 목동 '롯데캐슬위너(1067가구)' △중랑구 신내동 '데시앙(1326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주요 학군지로 전세 수요가 많은 양천구 목동 일대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 지역 개업중개사는 "목동 1~7단지 전세 매물은 단지별로 10건 안팎"이라며 "바로 옆 신정동도 전세 매물이 채 10건도 되지 않는 대단지가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개업중개사는 "일대 대단지 가운데 전세 매물이 10건을 넘는 곳이 손에 꼽는다"며 "강동구에서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외에는 전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매물 급감에 가격도 껑충…"내후년까지 더 오른다"
매물이 급감하자 가격도 오르고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8월 244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49만원에서 1년 만에 200만원가량 올랐는데, 이 기간 상승률은 9.96%에 달한다.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북지역에서는 성동구가 3.3㎡당 평균 2917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용산구가 2899만원, 마포구가 289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지역에서는 서초구가 380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 3660만원, 송파구 3041만원 순이었다. 서울에서 평균 전셋값이 가장 저렴한 지역은 1487만원을 기록한 도봉구였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오른 이유로는 수급 불균형이 지목된다. 빌라·오피스텔 전세 사기 공포에 소형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몰렸고, 신축 입주 물량마저 줄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올해 서울의 신축 입주 물량은 2만4659가구로 지난해 3만2775가구 대비 24.8% 감소했다.
전세 공급 물량 부족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142.9를 기록, 2021년 9월(167.6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세수급지수는 개업중개사들이 체감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낸 지표다. 기준선 100보다 높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공급은 감소가 예상되는 탓이다. 부동산R114는 내년 입주 물량으로 올해보다 약 1000가구 많은 2만5710가구를 기록하고, 내후년 입주 물량은 7145가구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입주 물량마저 부족하고, 내후년이면 입주 물량마저 올해 대비 29% 수준으로 쪼그라든다"며 "서울 아파트 전세 수요가 줄어들 만한 요인도 마땅치 않다. 공급부족이 크게 심화해 전셋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