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대한간호협회(간협)이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사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해 피해 신고를 받고,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간호법 제정안을 재석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제정안은 PA 간호사(진료지원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걸 골자로 한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PA 간호사가 법제화돼 있지만 기존 국내 의료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었다. 이들의 역할을 명문화해 의료 행위를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게 법안 제정 취지다.
주요 쟁점이었던 PA간호사 업무 범위는 임상경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간호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자 간협은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9년 만에 이뤄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지난 3년여간 국회 앞에서 그 염원을 외치고 호소해, 간절히 바라던 간호법 제정안이 드디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반겼다.
이어 "22대 국회가 여야 합치를 통해 이룬 첫 민생법안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면서 "간호법은 앞으로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고 보건의료계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임현택 의협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가 진단하고, 간호사가 투약 지시하고, 간호사가 수술하게 만들어주는 법"이라며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 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들조차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의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급작스러운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으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을 쫓아내고 간호법을 통과시켜 간호사들에게 의사가 할 일을 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결코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가 아니다"며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의사 10만명 정당가입 운동'을 펼쳐 의사들을 정치세력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그간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의대 증원과 간호법 문제들을 수도 없이 조목조목 지적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끝내 의사들의 우려와 조언을 묵살했다.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의사들은 시민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 범의료계 차원의 정당 가입 운동을 펼쳐 직접 정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정안은 공포 후 9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 시행이 예상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