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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디자인의 저력, 전용 서체 ‘유앤아이’ 20년사 담은 아카이빙북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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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나눔서체 시리즈, 배달의민족의 한나체,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체 등. 지금은 기업 고유의 서체가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이 됐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서체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한다는 발상 자체가 전무했다. 그런데 이 정체성을 정립한 곳이 바로 현대카드다.

지난 8월 20일 현대카드가 전용 서체 ‘유앤아이(Youandi)’의 20여 년 여정을 기록한 아카이빙북 ‘아워 타입페이스(Our Typeface)’를 펴냈다. 유앤아이는 지난 2003년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기업 전용 서체다.

당시 유앤아이의 탄생은 기업 서체 디자인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이었다. 최초로 기업 전용 서체를 개발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대카드가 지난 20여 년간 일관된 철학 아래 지속적으로 서체를 활용해왔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서체를 뜻하는 ‘타입페이스(typeface)’라는 영어 단어만 봐도 개성과 캐릭터를 전달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인간의 얼굴에서 수많은 의미를 읽어내듯 서체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디자인 뮤지엄 관장 데얀 수직(Deyan Sudijic)은 ‘아워 타입페이스’ 서문에서 서체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1986년 ‘안상수체’를 발표한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는 ‘아워 타입페이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기업 전용 서체를 “기업을 하나의 인격체로 볼 때 전용 서체는 그 말씨를 이미지로 형상화한, 기업의 인격과 품격을 그대로 투영한 결과”라고 정의했다.

서체는 기업의 얼굴이자 고유의 말씨, 즉 기업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매개체다. 서체를 활용해 기업 정체성을 확고히 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대카드인 셈이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업을 상징하는 신용카드 플레이트 모양을 모티프로 한 유앤아이를 개발해 CI 및 광고 등에 일관되게 활용함으로써 업계 후발주자로 등장한 현대카드의 개성과 캐릭터, 기업의 인격과 품격을 고객에게 인식시키는 데 큰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이제 현대카드라는 기업명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유앤아이 서체만으로도 현대카드임을 각인시켰다. 예컨대 현대카드는 지난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유일하게 유앤아이의 외부 사용을 허락했는데 시리즈 내내 현대카드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현대카드의 서체를 알아차렸을 정도다.

유앤아이는 2012년 ‘유앤아이모던(Youandi Modern)’, 2021년 ‘유앤아이뉴(Youandi New)’로 진화를 거듭했다. 맨 처음 유앤아이는 CI 및 광고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에 제목 및 영문 서체 위주로 개발됐다. 여기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엔 기존 서체의 형태를 보완하는 동시에 영문과 한글 모두 본문용 서체를 추가로 개발해 가독성과 사용성을 향상시킨 유앤아이모던으로 성장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탄생한 유앤아이뉴는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보다 다양하게 표현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국내 기업 최초로 가변 서체를 개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아워 타입페이스’를 통해 유앤아이는 국내 최초의 기업 전용 서체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서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독자들이 현대카드 디자인의 진짜 저력은 참신한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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